까치

시조 2013. 4. 16. 08:03

까치

 

몸 하나 누일만큼

알 하나 품을만큼

미루나무 꼭대기에

오막살이 지어놓고

“깍깍깍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저 까치.

 

백 번을 들어도

싫증나지 않는 소리

바람 숭숭 뜷린 집에

밤 하늘 별이 새도

“깍깍깍 나도 사랑해”

깃을 펴는 저 까치.

 

2013.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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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돌개

시/제3시집-춤바위 2013. 3. 24. 08:36

외돌개

               -제주 詩抄2

 

누군가 환청처럼 부르는

소리를 따라

서귀포 칠십 리 해안선 길을 걷다가

 

기다림으로

하반신이 닳아버린

외돌개, 그 처절한 외로움을 만나다.

 

삶이 때로는

슬픈 무늬로 아롱질 때도 있지만

동터오는 아침 햇살로 반짝 갤 때도 있으련만

 

외돌개야!

빠지다 만 몇 올 머리카락 신열처럼

바람에 흩날리며,

 

주름진 피부 골골마다

소금기로 엉겨 녹지 않는

진한 통증을 안고

 

먼 바다를 응시하는 눈망울엔

아직도 무지개처럼 영롱한

꿈이 어렸다.

 

외로움을 보석처럼 깎고 다듬어

메마른 가슴에

해당화 한 송이 피울 날을 기다리며

 

갈매기 소리에도 귀를 막고

혼신의 힘을 다해 파도 소리로 부서지는

할머니 옆에

 

나도, 문득

자리를 펴고

하나의 돌이 되고 싶었다.

 

2013. 3. 24

 

 

 

 

posted by 청라

일출봉에서

시/제3시집-춤바위 2013. 3. 23. 08:15

일출봉에서

           - 제주 詩抄1

 

가슴에 담아 가면 됐지

사진은 찍어 무엇 하나

 

성산포는 느긋하게

누워있고

일출봉은 할 말을 참고 있다.

 

파도 소리는 무슨 색깔일까

술에 취하여 바다를 보면

속앓이로 끊임없이 뒤척이는

바다의 마음이 투명하게 보인다.

 

아이들 따라

일출봉에 왔다가

나는 바다와 속이 틔어 친구가 되었다.

 

2013. 3. 23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