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비

꽃과 나비

 

 

깨어진 보도블록 사이에

뽀얀 새살이 돋아났다.

 

민들레 볼을 비벼

보조개처럼 피워낸

하얀 꽃 한 송이

 

자동차 경적소리

칼날 휘두르며 지나가도

나비는 꿈쩍도 않고 앉아있다.

 

가녀린 꽃과

나비 날개가 감싸 안은

세상의 흉한 상처

 

 

2017729

 

posted by 청라

계룡산

계룡산

 

 

계룡산아!

속으로만 나직이 불러도 계룡산은

언제나 내 영혼 속에서 살아난다.

계룡산 보다 더 높은 산은 많지만

더 따뜻한 산은 없는 것 같다.

뾰쪽한 끝은 갈고 갈아

둥글게 하늘을 쓰다듬는 산봉

틈만 나면 박치기로 불을 지르는

양남兩南의 칼날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충청도 사람들의 마음 같지 않느냐.

골골마다 속으로 키워낸

투명한 물소리를 사방으로 내려 보내

세상의 갈증을 씻어내면서

충청도 사람들이 외로울 때

언제 어디서나 부르면

어머니 같고, 누님 같은

계룡산은 그 큰 품을 열어 꼬옥 안아준다.


 

2017. 7. 14

대전문학2017년 가을호(77)

posted by 청라

사금파리

사금파리

 

 

깨어진 것보다 더 아픈 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움큼의 그리움만 채워도 흘러 넘쳐서

밤이 되어도

별을 담을 수 없는 것이다.

조각 난 사랑 감쪽같이 붙여보지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다.

자갈 사이에 묻혀 

변하지 않았다고 반짝거려도

닿는 것 모두 베어버릴 날 세운 이 몸으로는

당신 가까이 갈 수는 없다.

 

 

2017. 7. 4

2017년 가을호(121)문학사랑』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