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행복

듬뿍 풀어

시조 한 수 빚는다



툰드라의 가슴마다

햇살 씨앗 깊게 심어



벌 나비

날갯짓하게

봄꽃 가득 피우려고



-‘시조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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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아이가 된다고 한다. 이순(耳順)과 칠순(七旬)의 중간에 서 있는 그도 점점 애가 되어 가나 보다. 넉넉한 엄마의 품이 그립고, 누님의 따스한 품이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린다고 노래하니 말이다.

고교 국어교사 출신으로 지난 2014년 대전 둔산여고에서 퇴임한 청라(淸羅) 엄기창(嚴基昌) 시인이 첫 시조집 ‘봄날에 기다리다’를 상재했다.

“‘누님’이란 말은 ‘어머니’란 말과 함께 가장 정다운 이름입니다. 몇 년 전 누님의 부음 소식을 듣고 대구까지 울면서 갔습니다. 밀양 땅에 묻고 돌아와서도 봄날 앵두꽃 필 때쯤이면 하염없이 누님을 기다립니다.”

그는 1부 생명의 꽃대 하나, 2부 부처님의 날개, 3부 재래시장에 부는 바람, 4부 내 사랑 나의 조국, 5부 기억의 저편 등으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 ‘세우(細雨)’, ‘죽림(竹林)의 저녁’, ‘극락교에서’, ‘폐사(廢寺)의 종’, ‘폐지 노인’, ‘인동초(忍冬草)’, ‘내 사랑 보문산’, ‘장아리골’, ‘이순(耳順)’, ‘퇴임(退任) 이후’ 등 105편의 작품을 실었다. 

엄기창 시인은 다양한 시적 관심사를 정격의 시조(時調) 속에 조화롭게 우려냈다. 자유시와 함께 시조를 짓는 시인답게 그는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현대적 사유와 감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고, 내용적으로도 다채로운 빛깔로 시조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권갑하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 회장은 “엄기창 시인은 시적 대상에 진솔하게 접근하는 시적 진정성으로 고답적(高踏的)이지 않은 현대 서정시조의 색채를 잘 드러냈다. 그것은 비우고 내려놓는 불교적 사유와 일생을 교육자로 살아온 절제된 삶의 품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평했다.

1952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난 엄기창 시인은 공주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고, 1973년 월간 ‘시문학’ 주최 제1회 전국대학생 백일장 장원을 차지한 후 2년 뒤 시문학 추전으로 등단해 시집 ‘서울의 천둥’, ‘가슴에 묻은 이름’, ‘춤바위’ 등을 출간했다. 호승시문학상·대전문학상·정훈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현재 대전문인협회 부회장, ㈔문학사랑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