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섭암 불빛

 

 

어머니 제사 지내러 늦은 날

회재를 넘어서면

철승산 꼭대기

남가섭암 불빛이 나를 반겨줍니다.

 

깜깜할수록 더 밝게

내 마음으로 건너옵니다.

 

등창만 앓아도 십이월 찬 새벽

눈 쌓인 비탈길 쌀 한 말 이고

남가섭암 오르시던 어머니

 

부엉이 울던 달밤

장독대 뒤에

물 한 사발 떠놓고 비시던

그 간절한 기도 때문에

 

이 아들 고희 가까이 무탈하게

시인이 되어

시 잘 씁니다.

 

제사 지내고 고향 떠나며 다시

회재를 올라서면

앞길 비춰주려고 불빛이 앞장섭니다.


2017. 11. 1

문학사랑123(2018년 봄호)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