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6시집 당신의 아픈 날을 감싸주라고
홍시를 보며
청라
2023. 7. 9. 15:18
홍시를 보며
저렇게 익을 대로 익었으면서도
떨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게다
늦가을 천둥이 울다가 가고
눈보라가 서너 번
흔들고 가도
그믐달처럼 한사코
지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게다
저렇게 삭을 대로 삭았으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게다
산다는 게 때로는 시들해지고
아픔이 술래인 듯
잡으러 와도
고목처럼 봄이면
싹을 틔우는 이유가 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