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7시집
아내의 달력
청라
2025. 8. 7. 22:51
아내의 달력
아내의 달력은 아직도 1월이다
계절은 어느새 국화꽃을 피웠는데
넘기는 걸 잊은 아내의 시간은
태엽이 풀린 채로 멈춰 서 있다
추녀 끝에서 오래
비에 햇살에 절은 못처럼
아내의 기억은 빨갛게 녹이 슬어서
친정엄마도 잊어버리고 아들 손주도
잊어버리고
붙어사는 남편조차 까막까막하는
궤도의 이탈
지나간 세월을 혼자 넘기면
동그라미 친 날짜마다 단풍처럼 피가 솟는다
눈길 한 번 받지 못한 추억의 둥치에서는
버섯처럼 하얗게 아우성이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