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제7시집
까만 여백
청라
2026. 9. 17. 05:18
까만 여백
잊는다는 것은
증오하는 것보다 더 아픈 일이다
아내의 도화지엔
친정엄마가 지워지고
자식들도 지워지고
남편마저도 실루엣처럼 뿌옇게 흔들린다
사랑하는 사람들 다 지우고
까매진 여백에 갇혀
무슨 재미로 살까
자신을 가꾸는 것도 잊어
아흔세 살 친정엄마가 봐도
언니라고 부를 몰골을 하고
복복해 복복해
행복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