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터에서


화장터에서

淸羅 嚴基昌
까마귀 떼들이 요령 소리로
솟아오른다.
탱자나무 울타리 가시들이
반역의 창날을 세워
무심한 황혼을 꿰고 있다.
막차도 끊어지고
여기는
구구새 우는 소리만 들리는 세상
무너진 것은 무너진대로
어둠의 저편 나라에 빛난다지만
喪杖처럼 늘어선 대숲을 보며
우리는 쓸쓸하게
꺾인 이름의 생애에 꽃을 뿌린다.
반딧불들이 어둠의 옷고름을 풀면
한 이름은 불타서 달맞이꽃이 되고
달맞이꽃은 시들어
어둠이 된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