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무렵

시/제3시집-춤바위 2007. 4. 19. 19:13

황혼 무렵

淸羅 嚴基昌
물총새의 눈동자가
돌의 적막(寂寞)을 깔고 앉아서
부리 끝에 한 점 핏빛 노을
노을 속에서 물고기의 비늘들이
더욱 빛나고 있다.

저마다의 의미로 피어난 꽃들,
숨을 죽이고
온 몸 털 세워 바라보는 저
바위의 응시(凝視).

물총새의 부리 끝에
반짝
물비늘이 일렁인다.

퍼덕이는 물고기의 몸부림 속으로
내려앉는 어둠,

그 어둠마저도 아름다운 황혼 무렵에…….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