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雨水 일기

 

 

고동鼓動이다

연초록이 파르르 떨고 있다.

무심코 꺾은 가지

속살 속에 배어있던

묵혀 둔

종달새 울음이

분수처럼 솟고 있다.

 

 

2018. 2. 21

posted by 청라

맹지盲地

시/제5시집 2018.02.10 09:10

맹지盲地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사람을 하나씩 끊는 일이다.

 

사방으로 열려있던

사람들 속에서

조금씩 문을 닫아거는 일이다.

 

어느 날 새벽 바람결에

나는 문득

내 목소리가 혼자라는 걸 느낀다.

 

무한히 열려있던 세상 속에서

한 군데씩 삐치고 토라지다가

물에 갇힌 섬처럼 내 안에 갇히고 말았다.


아, 타 지번地番의 군중들로 둘러싸여서

나는 그만 맹지盲地가 되고 말았네. 

겨울 들 말뚝처럼 

적막에 먹히고 말았네.

 

 

2018. 2. 10

posted by 청라

해우소에서

시/제5시집 2018.02.06 09:00

 해우소에서

 

 

들어갈 땐 고해苦海에 찌든

얼굴을 했다가도

해탈한 듯

부처님 얼굴을 하고 나온다.

 

채우는 일보다 비우는 일이

얼마나 더 눈부신 일이냐.

 

염불 소리도 하루 몇 번 씩은

여기에 와서

살을 뺀다.

 

배낭에 메고 온

속세의 짐을 모두 버리고

한 줄기 바람으로 돌아가 볼까.

 

산의 마음이 새소리로 들어와

손가락 끝에서

잎이 돋는다.

 

 

2018. 2. 6

posted by 청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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