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가는 길

시/제5시집 2021. 5. 5. 09:26

내려가는 길

 

 

인생길 내려가다가

길가 풀밭에 편하게 앉아

풀꽃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서두를 일이 없어서 참 좋다.

 

올라가는 길에는 왜 못 들었을까

바람에 나부끼는

작은 생명들의 속삭임

 

올라가는 길에서는

왜 못 보았을까

반겨주는 것들의 저 반짝이는 눈웃음

 

아지랑이 봄날에는 투명한 게 없었지.

서둘러 올라가

하늘 곁에 서고 싶었지.

 

모든 걸 내려놓고 앉은 후에야

아름다운 것 아름답게 보고 듣는

눈귀가 열려

 

노을에 물들면 노을이 되고

가을에 물들면

가을이 된다.

 

 

 

2021. 5. 5

 

posted by 청라

아마릴리스

아마릴리스

 

 

햇살 같은 웃음으로

어머니 다녀간 걸

시든 후에야 알았네.

뒷모습만 보았네.

 

절절히 그리운 채로

미라가 된 꽃잎이여

 

 

 

posted by 청라

고사古寺에서

시/제5시집 2021. 4. 24. 08:08

고사古寺에서

 

 

사랑은 저 대웅전 단청처럼

목탁소리 쌓이면

흐릿하게 바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염불하는 저 노승의 얼굴처럼

풍경소리에 쓸린다고

자글자글 주름만 지는 것이 아니다.

 

바래면서 법당의 향내가 묻어

더욱 향기롭고 정이 가는 것

주름마다 세월이 빠져 더욱 깊어지는 것

 

소나무 길로 둘이 손잡고 걸어갈 때

넘어가는 노을이

지나온 발자국을 식지 않게 덮어주는 것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