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유화油畫

일그러진 유화油畫

 

 

새벽 갈매기 소리나 듣자고

손자 손 붙잡고 들어선 해수욕장엔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덧없이 버리고 간

지난밤 젊은이들의 유희遊戲의 흔적

우리는 하나씩 비닐봉지에 주워 담았다.

 

씨팔놈들 씨팔놈들

파도가 이만큼 들어와

욕하고 물러났다.

 

일곱 살 아이의

해맑은 도화지 위에

오래 남아있을 일그러진 유화油畫

 

햇살처럼 반짝이는 갈매기 소리가

파편破片이 되어

가슴을 찌르고 있었다.

 

 

2021. 3. 20

 

posted by 청라

바다는 눈뜨고 자는가

바다는 눈뜨고 자는가

 

 

여수 앞바다가 빨갛게 각혈咯血하던 날

포구엔

바다로 나가지 못한

작은 배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고

가자미식혜를 잘 하는

이북할머니네 막걸리 집엔

바다 사내들만 푸념을 나누어 마시고 있다.

황토黃土를 실은 배들이

부지런히 항구를 드나들지만

뿌리고 또 뿌려봐야 새 발의 피

바다의 피부가 워낙 부스럼투성이라서

바람도 깨금발로 물을 건너고 있다.

김 서방네 양식장엔

벌써 우럭 새끼가 하얗게 떠올랐단다.

쑤시고 아픈 데가 너무 많아서

바다는 밤새도록 눈뜨고 자는가.

 

 

2021. 3. 16

 

posted by 청라

대양大洋이 뿔났다

대양大洋이 뿔났다

 

 

중앙 인도양을 달리다가 보면

대양大洋이 뿔났다.

 

칼스버그 해령海嶺이 로드리게스 섬에서

아덴만까지

섬 하나 없이 봉우리 문질러놓고

 

성질나는 밤이면 우르르 우르르

해저를 흔들며 으르렁댄다.

 

바다는 사막沙漠이다.

형형색색 빛나던 산호의 노래도

온난화溫暖化의 발톱에 찢기어 간다.

 

고국故國 남쪽 바다에 동백꽃이 핀 게 언젠데

뿔난 바다는

아직도 겨울을 벗지 못했다.

 

 

2021. 3. 6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