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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살아있으니 다행이다
아내의 문은 열린 듯 닫혀있다
곁에 있어도 늘 천 리 밖이다
텅 빈 듯해도 단단한 내면
그 안으로
나는 들어갈 수가 없다
나의 노을 녘은
당신의 비틀걸음에 묻혀간다
해맑게 웃어도
왜 내 안식의 방울소리는 붉은색이냐
가끔은 발을 묶은 청홍 실을
끊고 싶지만
달빛에 비친 당신의 골진 얼굴을 보며
그래도 살아있으니 다행이다
글
우리 아리랑
강의 가슴에서 핏물이 배어나오듯
심금心琴을 울려주는 애잔한 가락
오천 년 흰옷의 애환哀歡 깃발처럼 펄럭이며
광화문 목련 봉오리에 봄이 켜지고
아지랑인 듯 아롱대는 세상은 온통 보랏빛이다
산이 많아서 삶의 고개도 많았던가
눈물의 골짜기 굽이굽이 헤어보면
밟히다 밟히다 질경이처럼 꺾인 옆구리에서 꽃을 피운
아리랑이여
잡는 손 뿌리치고 강을 건너다 빠져 죽은
백수광부白首狂夫를 그리는 공후箜篌의 흐느낌과
행상行商을 나가 진 곳을 디딜까 남편을 기다리며
밤새 두드렸을
다듬이소리에 담겨있는 아낙네의 기도祈禱
함께 버무려져 무궁화 빛깔로 피어난
우리 노래여
눈물도 망초 꽃처럼 어깨동무로 함께 하면
별이 되어 반짝이는 것을
노래 하나로 세계를 불러 모아
어깨춤으로 풀어내는 정갈한 슬픔
신화神話의 봄은 서울에서 일어서고
보랏빛으로 물들어 한 몸 되어 출렁이는 오대양 육대주는
모두 아리랑이다
글
그리움 옹이 박혀
이 빠진 징검다리
뻐꾸기 울던 날에
한 번 건너 준 후
그리움 옹이 박혀
평생을
못 내려놓고
업고 가는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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