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책

시/제7시집 2026. 9. 18. 21:53

가을 산책

 

 

가을날 산책을 하다

벤치가 유혹을 하면

정확히 반은 비워놓는다

 

앉아도 될까요

묻는 사람 있으면

거긴 임자 없습니다

햇살처럼 웃어주며

 

내가 한 포기

쑥부쟁이 꽃처럼 피어있을 수 있다면

자는 듯 깬 듯 향기를 걸치고

맑은 가을로 고여 있을 수 있다면

 

자러 가다가 잠깐 노래하는

까치 소리도

단풍 든 마음처럼 편안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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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여백

시/제7시집 2026. 9. 17. 05:18

까만 여백

 

 

잊는다는 것은

미워하는 것보다 더 아픈 일이다

 

아내의 도화지엔

친정엄마가 지워지고

자식들도 지워지고

남편마저도 실루엣처럼 뿌옇게 흔들린다

 

사랑하는 사람들 다 지우고

까매진 여백에 갇혀

무슨 재미로 살까

 

자신을 가꾸는 것도 잊어

아흔세 살 친정엄마가 봐도

언니 하고 부를 몰골을 하고

 

복복해 복복해

행복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posted by 청라

개망초 꽃을 보며

시/제7시집 2026. 7. 22. 07:53

개망초 꽃을 보며

 

 

개망초 꽃들은

어둠에도 침몰하지 않는다

 

작은 송이들이 어깨동무하고

함성으로 일어서는 것을 보아라

 

침묵하다 베어져

불태워지기보다는

 

금계국과도 손잡고

기생초꽃들과도 손잡고

바라귀 강아지풀과도 등을 맞대야하지 않겠느냐

 

세상에 살아있는 것들 중에서

보잘것없는 것이란 없다

 

붉은 불길이 들판을 불사르기 전

백의민족 그 빛깔로 세상을 덮어보자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