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大洋이 뿔났다

대양大洋이 뿔났다

 

 

중앙 인도양을 달리다가 보면

대양大洋이 뿔났다.

 

칼스버그 해령海嶺이 로드리게스 섬에서

아덴만까지

섬 하나 없이 봉우리 문질러놓고

 

성질나는 밤이면 우르르 우르르

해저를 흔들며 으르렁댄다.

 

바다는 사막沙漠이다.

형형색색 빛나던 산호의 노래도

온난화溫暖化의 발톱에 찢기어 간다.

 

고국故國 남쪽 바다에 동백꽃이 핀 게 언젠데

뿔난 바다는

아직도 겨울을 벗지 못했다.

 

 

 

posted by 청라

대왕거북이의 노래

대왕거북이의 노래

 

 

오래 산다는 것은

큰 산 하나 등에 지는 일이다,

 

세월의 무게만큼

더 무거워진 산은

등껍질에 굳은살을 옹이처럼 박아놓는다.

 

어제까지 학처럼 고고하게

춤추던 바다

어둠에서도 빛이 나던 심해深海의 평화여!

 

어떤 것은 싹을 틔워

노래가 되는 것이 있다.

어떤 것은 꽃을 피워 사랑이 되는 것도 있다.

 

노래도 사랑도 되지 못하고

단단한 물의 방어력을 허물고 들어와

상어처럼 억 년의 고요를 물어뜯는

인간의 붉은 손자국

 

비닐봉지는 투라치 되어

유유하게 선회하는 날개를 달고

플라스틱 병들은 뱀파이어 오징어처럼

파란 눈을 번득이며 자연의 균형을 허물고 있다.

 

대왕거북이 일생은 물거품처럼 부서지고

흥얼흥얼 입가에 꽃으로 피었던 노래

울음으로 시들었다.

 

천 년을 산다는 것은

우주만한 형벌 하나 가슴에 품는 일이다.

 

 

posted by 청라

일그러진 유화油畫

일그러진 유화油畫

 

 

새벽 갈매기 소리나 듣자고

손자 손 붙잡고 들어선 해수욕장엔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덧없이 버리고 간

지난밤 젊은이들의 유희遊戲의 흔적

우리는 하나씩 비닐봉지에 주워 담았다.

 

씨팔놈들 씨팔놈들

파도가 이만큼 들어와

욕하고 물러났다.

 

일곱 살 아이의

해맑은 도화지 위에

오래 남아있을 일그러진 유화油畫

 

햇살처럼 반짝이는 갈매기 소리가

파편破片이 되어

가슴을 찌르고 있었다.

 

 

2021. 3. 20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