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친구에게

시/제7시집 2024. 8. 14. 15:23

혼자 사는 친구에게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다 똑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해서

평생을 등 기대고 부대끼며 살다가

나들이 끝내고 돌아가는 것

손 흔드는 뒷모습 허전하지 않게

씨앗 몇 알갱이 떨어뜨리고

큰 나무로 자라게 거름이나 주면서

싸우며 사는 것이 참 인생이라는 것

아이들 많은 집안은 가난해도 부자이다

자식들 꿈들은 모두 다 내 재산이다

허공 높이 소망을 연처럼 띄워놓고

하늘까지 오르도록 줄 함께 잡고 버티다 보니

이제 나는 알겠다

기르는 게 두려워 외롭게 사는 것보다

날마다 전쟁이라도

웃을 일 풍성한 게 행복이라는 걸

 

posted by 청라

하일夏日 점묘點描

시/제7시집 2024. 8. 2. 07:53

하일夏日 점묘點描

 

 

매미소리 한 줄금

골목을 쓸고 간 후

배롱나무 가지에 타오르는

늦더위 송이송이

아이들 웃음소리 사라진

마을회관 공터에는

고추잠자리만 하루 종일 맴돌다 간다

소 울음 닭소리도 잦아든 지 오래

노인 하나 산으로 가면 한 집씩

사립문 닫히는 마을

봉숭아꽃 몇 번을 피었다 져도

금줄 걸린 집 하나 찾을 수 없고

접동새 흐느낌만

어둠처럼 내리고 있다

 

 

posted by 청라

늙은 투사의 저녁 술자리

시/제7시집 2024. 7. 11. 04:43

늙은 투사의 저녁 술자리

 

 

친구들 더러는 여의도에 가고

모두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신문마다 이름들 반짝반짝 빛나는 저녁

 혼자 앉아 김치 안주로

소주 몇 잔 꺾고 돌아앉는 어둠에

푸념처럼 슬그머니 떠오르는

벼린 초승달

무엇을 이루려고 젊은 날을 불살랐는지

권력놀음에 취해

서로에게 총질하는 서글픈 창문 너머로

삭막해진 산하를

그래도 촉촉하게 붙잡아주는 개구리 소리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