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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꽃도 당신을 위해 피었나보다
사람은 몰라봐도
꽃은 알아보나 보다
꽃의 마음이 향기롭다는 것은
아직 잊지 않았나 보다
활짝 웃는 그 모습을 보면
아내는 아이처럼 박수 치며
반겨주기에
우리 아파트 산수유 꽃은
겨울을 뿌리치고
서둘러 당신을 향해 달려왔나 보다
글
내 고향 가교리
눈뜨면
내려오던
남가섭암 목탁소리
풀꽃 향 피워내던
마곡천 여울소리
타향을
떠돌더라도
돌아갈 곳 하나 있다
골목에서
마주치면
정답게 웃어주고
어려운 일 있을 때면
내 일처럼 도와주던
서러움
깊어질수록
힘이 되는 내 고향
글
불타는 시월
친구는 혼자 화를 내다
절교를 선언하고 돌아가고
나는 접시에 고기처럼 쌓인 폭언을
안주삼아
눈물로 소주를 마신다
창밖엔 우리 나이만큼의 가을이 익고 있다
불판의 열기처럼 분노로 달궈졌던 친구
다 늙은 나이에 무슨 미련이 남아서
시국 얘기 한 마디에 산산조각 낸
오십년 우정
한 쪽으로만 배가 기운다는 건
침몰하고 있다는 일이다
몇 잔 마신 취기에 어지럽게 뒤섞여
노을인양 출렁거리는
불타는 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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