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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약돌
저 돌들은
저 혼자 그냥 빛나는 것이 아니다
집채만 한 바위였다가
뿔처럼 모났던 성질
다 깎아내고
사랑의 기쁨과
멍울처럼 금간 아픔도 다 털어내고
마침내 오랜 세월의 숫돌에
모든 미련까지 다 갈아내어
오래 면벽한 고승의 머리처럼
반짝반짝
빛을 내는 것이다
글
산촌 서정
산촌 살림에는
온 마을 다 한 식구라
해질녘 다랑논을
반달만큼 못 채우면
집마다 서둘러 나와
한 포기씩 꽂아준다
젊은이는 돈 번다고
도시로 다 떠나고
홀아비 외딴 집에
지난밤 불이 꺼져
정 많은
큰소쩍새는
밤새 안부 묻는다
글
우리들의 천국
서귀포 앞 바다는 지금도 만원이다
고추냉이 맛 세상의 바람도
여기 와서는
숨죽은 채 야자수 잎에 머물고
흰 말떼처럼 갈기 휘날리는 파도는
초원을 휘저으며 뛰놀고 있다
전생의 반쪽을 만나듯
서귀포 동백꽃은
봄이 설레어서 몰래 붉는가
밭머리에 선 돌담처럼
가슴마다 구멍 뚫린 채 한숨에 젖던 사람들도
모두 꽃빛으로 향기롭게 익는구나
단비에 머리 감은 한라산아
정갈한 네 정수리까지 다 드러나는
아침이 오면
외돌개 눈망울 걸어놓은 먼 수평선에
흰 돛배 하나 떠서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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