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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찻잔 속의 태풍
연꽃은 부처님 미소
궁남지에 가득한 햇살
마음의 귀를 열면
먼 절 목탁소린들 듣지 못하랴
당신은 그냥 당신인데
찻잔 속에 담긴 태풍인양
손톱만 한 일탈에도 나는 늘
전전긍긍이다
고란사 쪽으로 손을 모은다
불은佛恩은 닿지 않는 곳이 없지만
마음을 닫아놓으면 이를 수가 없다
글
배롱꽃 피는 저녁
당신의 더듬이가 내 마음을 쓰다듬다 가도
사랑보다 연민이
배롱꽃으로 피어나는 저녁
냉미역국처럼 새콤달콤한 탈출구를 찾으려고
바다 곁에 사는 선배에게 전화를 걸다가
부음만 확인했다
올여름 더위는 물엿처럼 끈적끈적하다
떼창으로 악쓰는 매미소리 한 줄금
헛바퀴만 굴리다 가고
날마다 창의적으로 개발하는
당신의 말썽에 파김치가 되어
일찍 뜨는 별 하나도 귀찮은 저녁
날 위로한다고 조롱조롱 피어나는
배롱꽃 빨간 꽃잎에
낮 더위만 타고 있다
글
치매 걸린 아내에게
자다가 문득 보니 주름살엔 새벽 달빛
아내여, 함께 온 길 망각으로 지웠구나
덧없다 덧없다 해도 무심히 가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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