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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해당되는 글 52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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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꽃도 당신을 위해 피었나보다
- 2025.06.11 불타는 시월 1
- 2025.06.11 5월 산행
- 2025.03.09 보길도에서 손을 흔들다
- 2025.02.16 아내의 외출
- 2025.02.03 눈 오는 밤에
- 2024.12.23 가을 독수리
- 2024.12.18 약속
- 2024.11.29 공명共鳴
- 2024.10.29 자작나무 숲에 가을이 내릴 때
글
꽃도 당신을 위해 피었나보다
사람은 몰라봐도
꽃은 알아보나 보다
꽃의 마음이 향기롭다는 것은
아직 잊지 않았나 보다
활짝 웃는 그 모습을 보면
아내는 아이처럼 박수 치며
반겨주기에
우리 아파트 산수유 꽃은
겨울을 뿌리치고
서둘러 당신을 향해 달려왔나 보다
글
불타는 시월
친구는 혼자 화를 내다
절교를 선언하고 돌아가고
나는 접시에 고기처럼 쌓인 폭언을
안주삼아
눈물로 소주를 마신다
창밖엔 우리 나이만큼의 가을이 익고 있다
불판의 열기처럼 분노로 달궈졌던 친구
다 늙은 나이에 무슨 미련이 남아서
시국 얘기 한 마디에 산산조각 낸
오십년 우정
한 쪽으로만 배가 기운다는 건
침몰하고 있다는 일이다
몇 잔 마신 취기에 어지럽게 뒤섞여
노을인양 출렁거리는
불타는 시월
보호글
5월 산행
2025. 6. 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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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보길도에서 손을 흔들다
마지막 배는 떠나가고
포구는 적막에 젖는다
이별이 숙명이라면
기쁘게 손을 흔들자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는
담배연기처럼
외로움을 즐기자
안개는 눈물인 듯 섬을 채우려 하고
가로등 하나 한사코
절망을 벗겨놓는다
글
아내의 외출
노을 걸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없고
애들 엄마도 없고
색동옷 입은 아이만 하나
반겨주던 웃음도
외출을 했나
거실엔
주인처럼 들어와 자리잡은
쓸쓸한 겨울
글
눈 오는 밤에
한 사흘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평생 쌓아올린 이름도 벗어놓고
예닐곱 살 어린 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눈 속에 고구마를 몰래 묻어놓으면
길어도 헛헛하지 않던 겨울밤
화롯가에 모여앉아
할머니 옛 얘기에 눈을 반짝이며 가슴 졸이던
추억의 도화지에
평생을 그리운 그림으로 남아있는 것들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밤새도록 꿈 밭에서 서성이고
형이 뒤척이면 이불 밖에서 내 다리가 얼던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들 모두 막아놓고
예닐곱 살 그 날에 갇혀봤으면 좋겠다
글
가을 독수리
한화이글스 우승을기원하며
창공에 독수리가 날아올라야
가을이다
양 발톱에 호랑이 사자를 움켜지고
창날 같은 부리로
곰을 쪼아 물고
하늘 가장 높은 꼿
날고 있어야 가을이다
봄날의 비바람과 여름날의 천둥도
독수리 비상을 위한
하늘의 안배
세상 가장 높은 곳까지 날아올라라
가을 독수리는 목소리에도 힘이 올라서
한 번 호령하면
산천이 떨고
추풍낙엽으로 떨어져야 가을이다
글
약속
너라도 있어야 솜털만큼
꿈 꿀 수 있을게 아니냐
피는 꽃 뜨는 달을 바라보며
기다릴 수 있을게 아니냐
곧바로
암흑으로 떨어져
숨을 멈추는 일이 없을게 아니냐
글
공명共鳴
지우다 만 연지처럼
젊음이 다 못 바랜 단풍잎 위에
엄중한 선고인가 눈이 내린다
아내여
이룬 것 다 버리고
다섯 살로 돌아갔지만
당신의 웃음이 너무 맑아서
가슴으로 울린다네
웃음 속에 숨어있는 진한 통곡이
글
자작나무 숲에 가을이 내릴 때
세상일들이
바싹 마른 북어 맛처럼 밋밋해지면
자작나무 숲으로 가자
자작나무 숲에 가을이 내릴 때
하늘 끝에 팔랑대는 잎새들이 불타는 색깔로
옷을 갈아입듯이
사랑이 메말랐던 내 가슴에도 단풍이 익는다네
오오, 천둥이여
자작나무에 기대어 가을을 안아주면
쿠르릉 쿠르릉
몸속에서 일어서는 천둥이여
오랫동안 시들었던 젊은 날의 열정과
세월에 속아서 차갑게 식었던 사랑이
봄풀처럼 손들고 일어서는 아우성이여
자작나무 숲에 가을이 내려서
미워했던 사람들과 부둥켜안고 같이 울고
작은 일에도 쉽게 감동하는
눈물 많은 나를 찾았다네
산이 속삭이는 말을 알아듣고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에 젊어져서
내 곁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나를 찾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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