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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해당되는 글 526건
글
묻히는 노래
철모르는 철쭉꽃이
눈보라를 맞고 있다
새빨간 절규가 눈에 묻힌다
덧없이 피었다 지는
내 노래처럼
글
행복을 파는 찻집
심각한 인생사도 저녁나절 안개와 같다
차 한 잔 마시고
창밖 산기슭 바라보니
아! 가득 차서
텅 비어버린 풍경화 한 폭
입안에 고이는 차향이 단풍을 닮아
무지개 빛깔로 현란하다
얽힌 매듭처럼 풀리지 않던 사랑도
갓 잣은 실처럼
가지런해지는 찻집
세사의 근심들도 행복으로
말갛게 우러나는 찻집
글
명량의 북소리
울돌목에 나가 바다를 살포시 안아보아라
반천 년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북소리
가슴에 단심丹心이 화인火印처럼 찍혀있는
진도 사람들은 알리라
몸은 떠났지만 마음은 떠나지 못한 충무공의 염원이
울돌목 북소리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진도 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숨을 쉬듯이
저 소리를 마시며 자랐기에
나라 사랑의 마음이 누구보다 깊다는 것을
진도 사람들 피는 진달래 꽃빛이다
나라가 불의로 덮여있을 때 명량의 북소리로 일어서서
해일처럼 온 나라를 쓸어내는 저 간절한 의지
진도 사람들 목소리엔 천둥이 들어있다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나라를 어지럽히는
사람들의 정수리에
벼락을 내리치는 강렬한 용기
황토마을 사람 중에 나라 사랑의 빛깔이 더 붉어서
충무공의 큰 칼이 오래 입은 옷처럼 편한 진도 사람들
진도에 살아서 진도 사람이 아니다
타지에 나가서도 혈맥을 통해 명량의 북소리가 울려오니까
진도 사람이다
명량의 북소리가 첨찰산 상봉에 닿아 봄이면 동백꽃 향기
피어오르는 것을 멀리서도 그리워하니 진도 사람이다
글
사랑이 반이다
꽃이 없는 봄은 봄이 아니다
봄이라는 이름엔 꽃이 반이다
산수유 꽃이 피고 진달래가 피고
벚꽃이 만개해야만 우리는
기나긴 겨울을 털어냈다 할 수 있다
사랑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삶이라는 이름의 절반은 사랑이다
그리움과 아픔도 사랑에서 온다
어느 날 파뿌리처럼 하얘진 머리카락
거울에 비춰 보며
흘러간 시간의 유역 한 지점을 그리워하거나
기쁠수록 가슴이 울컥해지는 것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네가 일찍 시들어서 이젠 웃을 일이 없다
우리의 인생길엔 사랑이 반이다
글
홍시를 보며
저렇게 익을 대로 익었으면서도
떨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게다
늦가을 천둥이 울다가 가고
눈보라가 서너 번
흔들고 가도
그믐달처럼 한사코
지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게다
저렇게 삭을 대로 삭았으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게다
산다는 게 때로는 시들해지고
아픔이 술래인 듯
잡으러 와도
고목처럼 봄이면
싹을 틔우는 이유가 있을 게다
글
남자
남자는 교목喬木처럼
반듯하게 살아야 한다
높이 올라
세상을 넓게 보고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라면
굽히지 않고 뚝심 있게 나아가야 한다
끊임없는 정진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을 크게 세우고
백 사람이 백 말을 해도
뒤를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역사의 입이 두려워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끝까지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글
명량의 아침
아직도 그 때 그 목소리로
바다가 우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나라가 요 모양 요 꼴로
저희들끼리
피터지게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누가 저 소용돌이치는 운명의 물살에
배를 띄우랴
남도의 피는 천년을 한결같이
황토 빛깔인데
열두 척의 배는
철쇄로 단단하게 묶여있구나
동녘 바다에 해가 떠오른다
잠 못 들고 서서 새우는 충무공의
칼을 빌려
불의를 자른다 큰 외침 토해낸다
글
프리즘 사랑
마음의 굴절을 재어본다
아내여
네게로 가는 내 사랑은
보라 빛깔이다
단파장이라서
언제나 망설임이 없다
가장 빨리 꺾여서
너에게로 간다
글
충청도 사람
충청도 사람은
전라도에 가면 전라도 말을 하고
경상도에 가면 경상도 말을 한다
밸도 없다고 욕하지 마라
충청도 사람은 진짜다
남을 속일 줄도 모르고
자기들 끼리만 붙안고 사랑하지도 않으며
스스로 허리를 굽혀
모난 손들을 하나로 모을 줄도 안다
타고난 피 빛깔이
황토처럼 붉은 색이 아니고
동해바다처럼 푸른색도 아니라서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것은
적 청이 한반도의 테두리 안에서
함께 어우러진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
경부선과 호남선이 충청도에서 만나
하나가 되듯
다 같이 손잡고 세계를 향해 달려 나가자
글
봄날은 간다
절규처럼
홍매화가 피었습니다
익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시들어가는 당신
지난겨울
봄이 오지 않아도 좋다고
세월의 고삐를
소망의 문고리에 굳게 매어 놓았는데
어김없이 매화꽃이 피었습니다
향기 따라 봄날이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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