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夏日 귀향歸鄕

시/제7시집 2024. 10. 3. 10:19

하일夏日 귀향歸鄕

 

 

골목은 사막처럼 비어있었다

분꽃 같던 아이들 웃음소리 다 떠나가고

집집마다 노인들

삭정이 마른 기침소리만 남아있었다

회재를 넘으면 언제나

된장찌개 냄새 마중 보내던 어머니

옛집 마당가에 돌절구로 서있고

저녁이면 밥 먹으라 부르던 정다운 목소리에

별 촘촘 달던

감나무 묵은 둥치엔 허기진 꿈들만 무성했다

그리운 얼굴들 하나씩 소환하며

마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추억은 늦여름 파장처럼 비틀거리는데

사람 하나 산으로 가면 한 집 대문 닫히고

한 집 대문 닫히면 한 역사에 거미줄이 그어지고

풀들만 웃자란 건너 마을 초등학교에선

언제 또 담임 선생님처럼 종소리가 부르려는지

낯선 언어들로 삭막해지는

어린 날 손때 희미해진 거리에 가슴을 치며

홍시처럼 노을만

소멸되어가는 고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