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회의 나무

淸羅 嚴基昌
옥상 위에는
헐벗은 마음을 달래려는
화단이 하나 있고
고향을 잃은 나무들이
창백한 낯으로 졸고 있다.
용암이 끓는 지열 대신에
늘 싸늘한 콘크리트
절망을 딛고 서서
땡감빛 햇살만 넝마처럼 걸치고
발 하나 마음대로 뻗지 못하는
토박한 발아래 저 밑 세상엔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이
질경이처럼 모여 살고 있다.
기다림이 있는데, 화단엔
까치 울음 한 파람 반짝이지 않고
어쩌다 길 잘못든
멧새 한 마리
빌딩 너머 먼 산만 바라보며 나직이 운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