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

시조/제3시조집 2024. 7. 7. 09:33

가을하늘

 

 

코스모스 피었는데

세상은 어둡구나

 

잠자리 도망치듯

끝없이 올라간다

 

인세人世에 도가 없으니

하늘이라도 맑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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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에서 보면

시조/제3시조집 2024. 7. 4. 07:39

산문에서 보면

 

 

속세에

물린 사람

향 피우러 올라가고

 

풍경 소리로 씻은 사람

말씀 들고 내려오고

 

오가다

서로 마주쳐

나리꽃으로 피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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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새 물오리의 하루

시조/제3시조집 2024. 7. 2. 08:41

텃새 물오리의 하루

 

 

살포시 두 발 저어 엄마 얼굴 그려보고

북쪽 나라 어디쯤 있을 친구들도 그려보고

온종일 그린 그리움 마구마구 지워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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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를 보내며

시조/제3시조집 2024. 6. 22. 08:43

또 한 해를 보내며

 

 

제야의 종소리가

가슴을 때리누나

 

이뤄 놓은 것도 없이

또 한 해가 흘러갔네

 

올해는

후회 않으리

청홍꿈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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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시조/제3시조집 2024. 3. 25. 22:26

기다림

 

 

배롱 꽃에 늦더위가

빨갛게 타는 오후

 

서둘러 식혀주는

한 줄금 매미 소리

 

앞 뜰엔

능금 알처럼

기다림이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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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귀향

시조/제3시조집 2024. 2. 11. 15:26

섣달 귀향

 

 

겨울밤 내 고향은 함박눈으로 반겨주네

설레는 잠속에서 나뭇가지 꺾이는 소리

온 밤 내 잠들다 깨다 어린 날로 돌아가네

 

아침에 문을 열면 우렁우렁 일어서서

눈꽃에 몸을 씻는 산바람 골물 소리

철승산 큰 품을 열어 포근하게 감싸주네

 

옛날을 그려보니 안 먹어도 배부른데

골목길 담 벽마다 쟁쟁한 어머니 음성

정들은 사람은 갔어도 마음 쉴 곳 여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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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

시조/제3시조집 2024. 2. 9. 11:14

홍매

 

 

허공 한 점에

은밀한 초경처럼

진홍빛 설렘이

살며시 벙글더니

봄 어서

오라는 손짓

하늘 가득 저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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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둔사 납월매

시조/제3시조집 2024. 2. 4. 20:33

금둔사 납월매

 

 

사랑을 

받아봐야

사랑 주는 법도 안다

 

금둔사 납월매는

지허스님 숨결로 커

 

매화야

정 담아 부르면

섣달에도 마음을 연다

 

햐아 이 맛에

중노릇을 하는기라

 

정 주듯

목탁소리 울림으로

피운 매화

 

참 도는

아득하지만

가슴마다 법열法悅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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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허전한 날

시조/제3시조집 2024. 1. 29. 10:07

마음이 허전한 날

 

 

마음이 허전한 날

태화산 계곡에 가

 

물소리로 몸을 닦고

별빛으로 혼을 씻어

 

한 송이 산나리 꽃으로

노닐다가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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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지사 묘역에서

시조/제3시조집 2024. 1. 28. 10:19

애국지사 묘역에서

 

 

아 저기 창공에다 목소리를 달고 싶다

만주 벌판 말 달리며 나라 위해 몸 바치던

선조들 온몸으로 외친 그 기도를 올리고 싶다

 

피 흘리는 가슴 속에 꼭꼭 숨겨 간직했던

평화의 흰 바탕에 꿈틀대는 청홍 태극

온 세계 용틀임하는 그 자랑을 달고 싶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