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이불

시조/제3시조집 2025. 10. 20. 08:01

달빛 이불

 

 

새벽달 조명처럼 으스름 비춘 침대 위에

주름살 자글자글 꽃무늬 진 여자 하나

굳센 체 떨림을 감춘 들풀 같은 사내 하나

 

꿈결인 듯 손을 잡고 살아온 세월인데

자다가 문득 깨니 단풍으로 물든 인생

눈물로 달빛 끌어다 시린 숨결 덮어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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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달

시조/제3시조집 2025. 10. 3. 17:09

그믐달

 

 

무심히 스치는 듯

울안 샅샅 다 살피며

 

새벽까지 온 나라의

평안 위해 잠 못 드는

 

대통령

우리 대통령

참 그리운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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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꽃

시조/제3시조집 2025. 9. 20. 12:28

개망초꽃

 

 

모였다

소리쳤다

울림으로 큰 목소리

 

팔황의 부정한 것

씻은 듯 물러가라

 

작지만 뭉쳐 외치는 함성

온 세상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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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걸린 아내에게

시조/제3시조집 2025. 7. 21. 10:59

치매 걸린 아내에게

 

 

자다가 문득 보니 주름살엔 새벽 달빛

아내여, 함께 온 길 망각으로 지웠구나

덧없다 덧없다 해도 무심히 가는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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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가교리

시조/제3시조집 2025. 7. 2. 08:51

내 고향 가교리

 

 

눈뜨면

내려오던

남가섭암 목탁소리

 

풀꽃 향 피워내던

마곡천 여울소리

 

타향을

떠돌더라도

돌아갈 곳 하나 있다

 

골목에서

마주치면

정답게 웃어주고

 

어려운 일 있을 때면

내 일처럼 도와주던

 

서러움

깊어질수록

힘이 되는 내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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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에서

시조/제3시조집 2025. 1. 20. 21:49

마곡사에서

 

 

부처님 저 미소를 한 동이 길어다가

한여름 목물하듯 여의도에 뿌려주면

금강경 소리 따라와 욕심의 때 씻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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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편단심

시조/제3시조집 2025. 1. 19. 14:10

일편단심

 

 

겨울만 무성한 뜰에

한 줄기

봄빛인가

 

굽었던

허리 펴고

소리 한 번 내지르니

 

홍매화

꽃가지마다

영글어 핀

일편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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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에 나와 보니

시조/제3시조집 2025. 1. 17. 18:33

들녘에 나와 보니

 

 

들녘에 나와 보니

가을 벌써 저물었다

 

먼지구름 덮인 나라

힘없음을 한탄하니

 

된서리 내린 머리에

눈 그림자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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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은 아프다

시조/제3시조집 2024. 12. 7. 17:31

남은 것은 아프다

 

 

찔레꽃 피는 길로

어머니 떠나던 날

 

뻐꾸기 하루 종일

눈물로 우짖었지

 

목숨의

피고 짐 사이

남은 것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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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미

시조/제3시조집 2024. 11. 7. 17:30

곡선미

 

 

어머니 버선볼에

일어선 선 하나가

 

기와집 처마 따라 나비처럼 너울대다

 

하늘에

높이 떠올라

반달 되어 걸렸다

 

달항아리 어깨선에

핏속으로 울려오는

 

조상님들 그 말씀이 옹이모양 박혀있다

 

자연과

한몸 되어라

혼자 튀지 말아라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