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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제3시조집에 해당되는 글 53건
글
남은 것은 아프다
찔레꽃 피는 길로
어머니 떠나던 날
뻐꾸기 하루 종일
눈물로 우짖었지
목숨의
피고 짐 사이
남은 것은 아프다
글
곡선미
어머니 버선볼에
일어선 선 하나가
기와집 처마 따라 나비처럼 너울대다
하늘에
높이 떠올라
반달 되어 걸렸다
달항아리 어깨선에
핏속으로 울려오는
조상님들 그 말씀이 옹이모양 박혀있다
자연과
한몸 되어라
혼자 튀지 말아라
글
상강 무렵
하늘에 걸린 달은
세상을 비워내고
호수에 어린 달은
내 마음을 씻어낸다
첫 서리
때를 맞추어
세상 걱정 접으리
글
주홍글씨
내 삶의 지류에서 침몰하는 꽃잎인가
소쩍새 울음 끝에 향기처럼 묻어와서
가슴을 뒤집어놓고 불꽃 접는 그 소녀
이 빠진 징검다리 일렁이던 인연의 줄
한 번 업은 후에 평생을 못 내려놓아
이름을 가슴에 새겨 질긴 형벌 되었다
물소리 풀 향기에도 울렁대는 돌개바람
흰 구름 가는 곳에 노을인 듯 익어있을까
청자에 상감으로 박혀 지울 수 없는 낙인
글
소쩍새 우는 사연
달빛이 비운 산을 노래로 채우는 새
소쩍쿵 소쩍소쩍 온밤 내내 들끓다가
정념이 흘러넘쳐서 초록이 더욱 깊다
슬픔도 길들이면 기쁨으로 피는 것을
오뉴월 소쩍새처럼 흥타령 살다 가세
온 세상 아픈 일들도 큰 박수로 닦아내세
글
제비 나라
말 한 마디 뿌려지면 살판났다 지지배배
옳고 그름 제쳐두고 꼴리는 대로 지지배배
인구는 줄어가는데 소음들로 꽉 찬 세상
글
전언傳言
된서리 고된 날도
아비는 늘 푸르다
세상의 모진 바람
웃음으로 싸안으며
닥쳐 올
겨울 눈보라
큰 산처럼 막아선다
힘들 때 아비 등은
기대라고 열려있다
머리가 좀 컸다고
혼자 아파 하지 마라
언제나
손 보태주라고
아비가 있는 게다
글
가을하늘
코스모스 피었는데
세상은 어둡구나
잠자리 도망치듯
끝없이 올라간다
인세人世에 도道가 없으니
하늘이라도 맑아야지
글
산문에서 보면
속세에
물린 사람
향 피우러 올라가고
풍경 소리로 씻은 사람
말씀 들고 내려오고
오가다
서로 마주쳐
나리꽃으로 피어나고
글
텃새 물오리의 하루
살포시 두 발 저어 엄마 얼굴 그려보고
북쪽 나라 어디쯤 있을 친구들도 그려보고
온종일 그린 그리움 마구마구 지워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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