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사에서

시조/제3시조집 2025. 1. 20. 21:49

마곡사에서

 

 

부처님 저 미소를 한 동이 길어다가

한여름 목물하듯 여의도에 뿌려주면

금강경 소리 따라와 욕심의 때 씻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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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편단심

시조/제3시조집 2025. 1. 19. 14:10

일편단심

 

 

겨울만 무성한 뜰에

한 줄기

봄빛인가

 

굽었던

허리 펴고

소리 한 번 내지르니

 

홍매화

꽃가지마다

영글어 핀

일편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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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에 나와 보니

시조/제3시조집 2025. 1. 17. 18:33

들녘에 나와 보니

 

 

들녘에 나와 보니

가을 벌써 저물었다

 

먼지구름 덮인 나라

힘없음을 한탄하니

 

된서리 내린 머리에

눈 그림자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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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은 아프다

시조/제3시조집 2024. 12. 7. 17:31

남은 것은 아프다

 

 

찔레꽃 피는 길로

어머니 떠나던 날

 

뻐꾸기 하루 종일

눈물로 우짖었지

 

목숨의

피고 짐 사이

남은 것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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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미

시조/제3시조집 2024. 11. 7. 17:30

곡선미

 

 

어머니 버선볼에

일어선 선 하나가

 

기와집 처마 따라 나비처럼 너울대다

 

하늘에

높이 떠올라

반달 되어 걸렸다

 

달항아리 어깨선에

핏속으로 울려오는

 

조상님들 그 말씀이 옹이모양 박혀있다

 

자연과

한몸 되어라

혼자 튀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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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 무렵

시조/제3시조집 2024. 11. 1. 11:13

상강 무렵

 

 

하늘에 걸린 달은

세상을 비워내고

 

호수에 어린 달은

내 마음을 씻어낸다

 

첫 서리

때를 맞추어

세상 걱정 접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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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시조/제3시조집 2024. 9. 20. 18:07

주홍글씨

 

 

내 삶의 지류에서 침몰하는 꽃잎인가

소쩍새 울음 끝에 향기처럼 묻어와서

가슴을 뒤집어놓고 불꽃 접는 그 소녀

 

이 빠진 징검다리 일렁이던 인연의 줄

한 번 업은 후에 평생을 못 내려놓아

이름을 가슴에 새겨 질긴 형벌 되었다

 

물소리 풀 향기에도 울렁대는 돌개바람

흰 구름 가는 곳에 노을인 듯 익어있을까

청자에 상감으로 박혀 지울 수 없는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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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쩍새 우는 사연

시조/제3시조집 2024. 9. 13. 20:23

소쩍새 우는 사연

 

 

달빛이 비운 산을 노래로 채우는 새

소쩍쿵 소쩍소쩍 온밤 내내 들끓다가

정념이 흘러넘쳐서 초록이 더욱 깊다

 

슬픔도 길들이면 기쁨으로 피는 것을

오뉴월 소쩍새처럼 흥타령 살다 가세

온 세상 아픈 일들도 큰 박수로 닦아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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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나라

시조/제3시조집 2024. 8. 21. 15:02

제비 나라

 

 

말 한 마디 뿌려지면 살판났다 지지배배

옳고 그름 제쳐두고 꼴리는 대로 지지배배

인구는 줄어가는데 소음들로 꽉 찬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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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언傳言

시조/제3시조집 2024. 8. 17. 20:18

전언傳言

 

 

된서리 고된 날도

아비는 늘 푸르다

 

세상의 모진 바람

웃음으로 싸안으며

 

닥쳐 올

겨울 눈보라

큰 산처럼 막아선다

 

힘들 때 아비 등은

기대라고 열려있다

 

머리가 좀 컸다고

혼자 아파 하지 마라

 

언제나

손 보태주라고

아비가 있는 게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