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빛이 되고 싶다

카테고리 없음 2025. 3. 19. 09:00

밝은 빛이 되고 싶다

 

 

도화지 보면 행복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어

 

도화지는 하얗게 비어있어서

마음대로 꿈을

설계할 수 있다

 

때로는 나도

여백이 많은 도화지가 되고 싶다

 

누군가 괴로울 때

그 아픔을 감싸주는 포근한 공간이

되고 싶다

 

비탈진 세상 걸어갈 때

의지할 수 있는 지팡이처럼

 

아주 막막할 것 같은

당신의 삶에

밝은 빛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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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에서 손을 흔들다

시/제7시집 2025. 3. 9. 08:25

보길도에서 손을 흔들다

 

 

마지막 배는 떠나가고

포구는 적막에 젖는다

이별이 숙명이라면

기쁘게 손을 흔들자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는

담배연기처럼

외로움을 즐기자

안개는 눈물인 듯 섬을 채우려 하고

가로등 하나 한사코

절망을 벗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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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외출

시/제7시집 2025. 2. 16. 19:44

아내의 외출

 

 

노을 걸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없고

애들 엄마도 없고

색동옷 입은 아이만 하나

 

반겨주던 웃음도

외출을 했나

 

거실엔

주인처럼 들어와 자리잡은

쓸쓸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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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밤에

시/제7시집 2025. 2. 3. 07:10

눈 오는 밤에

 

 

한 사흘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평생 쌓아올린 이름도 벗어놓고

예닐곱 살 어린 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눈 속에 고구마를 몰래 묻어놓으면

길어도 헛헛하지 않던 겨울밤

화롯가에 모여앉아

할머니 옛 얘기에 눈을 반짝이며 가슴 졸이던

추억의 도화지에

평생을 그리운 그림으로 남아있는 것들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밤새도록 꿈 밭에서 서성이고

형이 뒤척이면 이불 밖에서 내 다리가 얼던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들 모두 막아놓고

예닐곱 살 그 날에 갇혀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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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에서

시조/제3시조집 2025. 1. 20. 21:49

마곡사에서

 

 

부처님 저 미소를 한 동이 길어다가

한여름 목물하듯 여의도에 뿌려주면

금강경 소리 따라와 욕심의 때 씻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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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편단심

시조/제3시조집 2025. 1. 19. 14:10

일편단심

 

 

겨울만 무성한 뜰에

한 줄기

봄빛인가

 

굽었던

허리 펴고

소리 한 번 내지르니

 

홍매화

꽃가지마다

영글어 핀

일편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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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에 나와 보니

시조/제3시조집 2025. 1. 17. 18:33

들녘에 나와 보니

 

 

들녘에 나와 보니

가을 벌써 저물었다

 

먼지구름 덮인 나라

힘없음을 한탄하니

 

된서리 내린 머리에

눈 그림자 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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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독수리

시/제7시집 2024. 12. 23. 10:00

가을 독수리

                          한화이글스 우승을기원하며

 

창공에 독수리가 날아올라야

가을이다

 

양 발톱에 호랑이 사자를 움켜지고

창날 같은 부리로

곰을 쪼아 물고

 

하늘 가장 높은 꼿

날고 있어야 가을이다

 

봄날의 비바람과 여름날의 천둥도

독수리 비상을 위한

하늘의 안배

 

세상 가장 높은 곳까지 날아올라라

 

가을 독수리는 목소리에도 힘이 올라서

한 번 호령하면

산천이 떨고

추풍낙엽으로 떨어져야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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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제7시집 2024. 12. 18. 09:24

약속

 

 

너라도 있어야 솜털만큼

꿈 꿀 수 있을게 아니냐

 

피는 꽃 뜨는 달을 바라보며

기다릴 수 있을게 아니냐

 

곧바로

암흑으로 떨어져

숨을 멈추는 일이 없을게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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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은 아프다

시조/제3시조집 2024. 12. 7. 17:31

남은 것은 아프다

 

 

찔레꽃 피는 길로

어머니 떠나던 날

 

뻐꾸기 하루 종일

눈물로 우짖었지

 

목숨의

피고 짐 사이

남은 것은 아프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