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장미

시/제5시집 2019. 12. 3. 10:00

12월의 장미

 

 

한 철의 사랑만으론

목이 탔는가.

너무 뜨거워 서러운

내 열정이 눈을 맞고 있다.

사람들은 12월에 핀 장미를

무모하다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참고 참아도 활화산처럼

터져버리고 마는 사랑인데

 

 

2019.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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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시/제5시집 2019. 11. 22. 08:48

평화

 

 

평화는

나만 착하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굶는 이웃에게 밥을 주고

내 힘을 깎아내 어깨를 맞춰주고

나 혼자만 칼을 버린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아!

모두 잃은 후 목선을 타고

이 나라 저 나라로 목숨을 구걸하러 다니려느냐.

평화는 내가 약해져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주 강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2019. 11. 22

충청예술문화93(2019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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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삼봉

시/제5시집 2019. 11. 5. 08:31

도담삼봉

 

 

도담삼봉을 보고 돌아온 날 저녁

꿈길로 따라와

내 마음에 집을 지었다.

자동차 소리에도 맑은 물 찰랑거리고

물에 어린 단풍은

꽃 비녀를 꽂아놓은 듯하다.

두루미 한 마리 구름을 물고 있다가

날개를 활짝 펴 삼봉 선생을 찾아가는고.

빈 나루에는 배 한 척만 떠있고

산 그림자는

전설처럼 길게 누워있다.

단양에 다녀와

도담삼봉을 품고 살아가니

신선의 마을에 사는 듯 마음이 한가하다.

 

 

2019. 11. 5

문학사랑130(201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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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의 빛깔

시/제5시집 2019. 11. 3. 07:35

나이의 빛깔

 

 

나이는 마음이다.

 

스물이라 생각하면 가슴에서

풀잎의 휘파람 소리가 나다가도

일흔이라 생각하면

은행잎 노란 가을이 내려앉는다.

 

일흔이라도

스물처럼 살자.

언제나 봄의 빛깔로 살아가자.

 

 

2019. 10. 3

시문학581(2019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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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연서

가을 연서

 

단풍 물에 담갔다가 국화 향에 말린 사랑

종소리에 곱게 담아 가을 연서 보내주면

네 가슴 굳게 닫힌 문 까치집처럼 열릴까

 

 

2019.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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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법칙

시/제5시집 2019. 10. 25. 08:43

슬픔의 법칙

 

사람은 태어나는 날

누구나 다 슬픔도 예약 받지만

아직 오지 않은 날을 위하여

미리 슬퍼할 필요는 없다.

멀리 떨어진 슬픔을 마중 나가

조급하게 아파하다가

익기도 전에 떨어질 필요는 없다.

아직 오지 않은 아픔을

미리 아파하지 말자.

아직 오지 않은 슬픔을

미리 슬퍼하지 말자.

오늘의 작은 행복도 가꾸고 즐기면서

남은 햇살에 느긋하게 익어가자.

 

2019.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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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호수

 

물안개

돌개바람

못 말리는 개구쟁이

 

앞산을

간질이다

싫증 난 저 심술이

 

잠자던

물새 몇 마리

토해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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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년만 함께 가자

시/제5시집 2019. 10. 19. 08:52

삼십 년만 함께 가자

 

아내의 오른쪽 뇌가

휑해진 사진을 보고는

입만 떡 벌리고 있다가

 

이래서는 안 되지

 

다음날 새벽부터

견과류 찾아 먹이고

오메가 쓰리 먹이고

 

아침식사 후엔

아리셉트, 글라이티린

챙겨주고

 

침대 이불은

아내 쪽 머리 부분

구김이 안 가도록 잘 펴놓는다.

 

아내야!

이대로 삼십 년만 지금같이 가자.

 

잃은 것은

잃은 것대로 그냥 놓아두고

이대로 삼십 년만 지금같이 가자.

 

비오는 저녁에도

아내의 손을 끌고 유등천변을 걸으며

, , 부처님, 십자가 안 가리고

어디나 고갤 숙이는 버릇이 생겼다.

 

 

2019.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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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다

시/제5시집 2019. 10. 18. 08:32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싶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구름 끼는 일처럼 무심해진

세월이지만

비오는 날엔 대전역에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 이별을 하고 싶다.

눈물 보다는 웃음을 더 많이

보여주리.

미워하기보다는 행복을 빌어주면서

그리움으로 가꾸면

이별도 꽃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리.

보내고 돌아서면 온 세상 빗물이 모여

내 가슴 온통 눈물바다가 될 지라도

꽃이 흔들리는 것처럼 손 흔드는

그런 이별을 하고 싶다.

 

2019. 10. 18

시문학581(2019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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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시/제5시집 2019. 10. 10. 15:32

대전역

 

눈물 머금고 떠난 사람들

두고 간 정이 그리워

다시 돌아오고야 마는 대전역에는

반갑게 맞아주는 박수처럼

늦은 밤에도 꽃이 핀다.

나그네여!

만나는 일과 헤어지는 일도

바람 부는 것처럼 잠깐 흔들리다 마는

세상이라지만

슬프면 그냥 울고 기쁘면 춤을 추거라.

여기는

따뜻하고 마음 맑은 사람들만

오고 가는 곳.

만남도 이별도 곱게 씻겨

역사가 되는 곳

 

 

2019. 10. 10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