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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8.10 소멸의 법칙
- 2025.08.07 아내의 달력 4
- 2025.08.06 시인이라 미안해요 2
- 2025.07.30 찻잔 속의 태풍 2
- 2025.07.25 배롱꽃 피는 저녁
- 2025.07.21 치매 걸린 아내에게
- 2025.07.12 인생
- 2025.07.02 꽃도 당신을 위해 피었나보다
- 2025.07.02 내 고향 가교리
- 2025.06.11 불타는 시월 1
글
소멸의 법칙
구절초 꽃이 진다고
귀뚜라미 밤새도록 울어댑니다
아름답게 지는 것이 어디 있나요
이 세상 누구보다 화사했던 꽃들도
된서리 한 줌에
저리 사그라드는 것을
아픔 없이 가는 사람 어디 있나요
글
아내의 달력
아내의 달력은 아직도 1월이다
계절은 어느새 국화꽃을 피웠는데
넘기는 걸 잊은 아내의 시간은
태엽이 풀린 채로 멈춰 서 있다
추녀 끝에서 오래
비에 햇살에 절은 못처럼
아내의 기억은 빨갛게 녹이 슬어서
친정엄마도 잊어버리고 아들 손주도
잊어버리고
붙어사는 남편조차 까막까막하는
궤도의 이탈
지나간 세월을 혼자 넘기면
동그라미 친 날짜마다 단풍처럼 피가 솟는다
눈길 한 번 받지 못한 추억의 둥치에서는
버섯처럼 하얗게 아우성이 인다
글
시인이라 미안해요
노래하는 사람들 아픔은
다 노래가 되어
세상사람 가슴마다 꽃으로 피는데
당신을 위한 나의 눈물은
시가 되어도 마음마다 스며들지 못합니다
시인이라 미안해요
그 사람 사부곡思婦曲엔 온 나라가 울지만
총명하던 당신 눈망울에도
옥경이처럼 빛이 점점 꺼져 가는데
시인이라 미안해요
외쳐도 외쳐도 귀를 여는 사람 없구료
혼자 쓸쓸히 사그라드는 당신을 보며
시인의 아픔은 나눠도 반이 아니라
쪼갤수록 더욱 커지는 멍울입니다
글
찻잔 속의 태풍
연꽃은 부처님 미소
궁남지에 가득한 햇살
마음의 귀를 열면
먼 절 목탁소린들 듣지 못하랴
당신은 그냥 당신인데
찻잔 속에 담긴 태풍인양
손톱만 한 일탈에도 나는 늘
전전긍긍이다
고란사 쪽으로 손을 모은다
불은佛恩은 닿지 않는 곳이 없지만
마음을 닫아놓으면 이를 수가 없다
글
배롱꽃 피는 저녁
당신의 더듬이가 내 마음을 쓰다듬다 가도
사랑보다 연민이
배롱꽃으로 피어나는 저녁
냉미역국처럼 새콤달콤한 탈출구를 찾으려고
바다 곁에 사는 선배에게 전화를 걸다가
부음만 확인했다
올여름 더위는 물엿처럼 끈적끈적하다
떼창으로 악쓰는 매미소리 한 줄금
헛바퀴만 굴리다 가고
날마다 창의적으로 개발하는
당신의 말썽에 파김치가 되어
일찍 뜨는 별 하나도 귀찮은 저녁
날 위로한다고 조롱조롱 피어나는
배롱꽃 빨간 꽃잎에
낮 더위만 타고 있다
글
치매 걸린 아내에게
자다가 문득 보니 주름살엔 새벽 달빛
아내여, 함께 온 길 망각으로 지웠구나
덧없다 덧없다 해도 무심히 가는 세월
글
인생
자다가 문득 일어나서
당신의 얼굴 바라보니
새벽 달빛 더 환하게
주름살마다 새겨진 우리 세월을
쓰다듬어 주네
다 늦게 사랑을 알 만하니
번뇌 한 아름 따라오고
아픔과 동무로 살다 보니
인생을 알게 되네
인생은
꽃길만 가는 게 없더라
비틀비틀 가더라
글
꽃도 당신을 위해 피었나보다
사람은 몰라봐도
꽃은 알아보나 보다
꽃의 마음이 향기롭다는 것은
아직 잊지 않았나 보다
활짝 웃는 그 모습을 보면
아내는 아이처럼 박수 치며
반겨주기에
우리 아파트 산수유 꽃은
겨울을 뿌리치고
서둘러 당신을 향해 달려왔나 보다
글
내 고향 가교리
눈뜨면
내려오던
남가섭암 목탁소리
풀꽃 향 피워내던
마곡천 여울소리
타향을
떠돌더라도
돌아갈 곳 하나 있다
골목에서
마주치면
정답게 웃어주고
어려운 일 있을 때면
내 일처럼 도와주던
서러움
깊어질수록
힘이 되는 내 고향
글
불타는 시월
친구는 혼자 화를 내다
절교를 선언하고 돌아가고
나는 접시에 고기처럼 쌓인 폭언을
안주삼아
눈물로 소주를 마신다
창밖엔 우리 나이만큼의 가을이 익고 있다
불판의 열기처럼 분노로 달궈졌던 친구
다 늙은 나이에 무슨 미련이 남아서
시국 얘기 한 마디에 산산조각 낸
오십년 우정
한 쪽으로만 배가 기운다는 건
침몰하고 있다는 일이다
몇 잔 마신 취기에 어지럽게 뒤섞여
노을인양 출렁거리는
불타는 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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