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가교리

시조/제3시조집 2025. 6. 19. 08:20

내 고향 가교리

 

 

눈뜨면

내려오는

남가섭암 목탁소리

 

풀꽃 향 피워내는

태화산 골물소리

 

고향은

소리로 남아

큰 똬리를 틀었다

 

 

마음을

씻어내던

장다리골 뻐꾸기 소리

 

눈 감으면 감겨오는

어머니 웃음소리

 

내 시에

가락이 살아

우레처럼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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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시월

시/제7시집 2025. 6. 11. 16:33

불타는 시월

 

 

친구는 혼자 화를 내다

절교를 선언하고 돌아가고

나는 접시에 고기처럼 쌓인 폭언을

안주삼아

눈물로 소주를 마신다

창밖엔 우리 나이만큼의 가을이 익고 있다

불판의 열기처럼 분노로 달궈졌던 친구

다 늙은 나이에 무슨 미련이 남아서

시국 얘기 한 마디에 산산조각 낸

오십년 우정

한 쪽으로만 배가 기운다는 건

침몰하고 있다는 일이다

몇 잔 마신 취기에 어지럽게 뒤섞여

노을인양 출렁거리는

불타는 시월

posted by 청라

5월 산행

2025. 6. 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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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빛이 되고 싶다

카테고리 없음 2025. 3. 19. 09:00

밝은 빛이 되고 싶다

 

 

도화지 보면 행복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어

 

도화지는 하얗게 비어있어서

마음대로 꿈을

설계할 수 있다

 

때로는 나도

여백이 많은 도화지가 되고 싶다

 

누군가 괴로울 때

그 아픔을 감싸주는 포근한 공간이

되고 싶다

 

비탈진 세상 걸어갈 때

의지할 수 있는 지팡이처럼

 

아주 막막할 것 같은

당신의 삶에

밝은 빛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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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에서 손을 흔들다

시/제7시집 2025. 3. 9. 08:25

보길도에서 손을 흔들다

 

 

마지막 배는 떠나가고

포구는 적막에 젖는다

이별이 숙명이라면

기쁘게 손을 흔들자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는

담배연기처럼

외로움을 즐기자

안개는 눈물인 듯 섬을 채우려 하고

가로등 하나 한사코

절망을 벗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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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외출

시/제7시집 2025. 2. 16. 19:44

아내의 외출

 

 

노을 걸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없고

애들 엄마도 없고

색동옷 입은 아이만 하나

 

반겨주던 웃음도

외출을 했나

 

거실엔

주인처럼 들어와 자리잡은

쓸쓸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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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밤에

시/제7시집 2025. 2. 3. 07:10

눈 오는 밤에

 

 

한 사흘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평생 쌓아올린 이름도 벗어놓고

예닐곱 살 어린 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눈 속에 고구마를 몰래 묻어놓으면

길어도 헛헛하지 않던 겨울밤

화롯가에 모여앉아

할머니 옛 얘기에 눈을 반짝이며 가슴 졸이던

추억의 도화지에

평생을 그리운 그림으로 남아있는 것들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밤새도록 꿈 밭에서 서성이고

형이 뒤척이면 이불 밖에서 내 다리가 얼던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들 모두 막아놓고

예닐곱 살 그 날에 갇혀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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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사에서

시조/제3시조집 2025. 1. 20. 21:49

마곡사에서

 

 

부처님 저 미소를 한 동이 길어다가

한여름 목물하듯 여의도에 뿌려주면

금강경 소리 따라와 욕심의 때 씻어낼까

 

posted by 청라

일편단심

시조/제3시조집 2025. 1. 19. 14:10

일편단심

 

 

겨울만 무성한 뜰에

한 줄기

봄빛인가

 

굽었던

허리 펴고

소리 한 번 내지르니

 

홍매화

꽃가지마다

영글어 핀

일편단심

posted by 청라

들녘에 나와 보니

시조/제3시조집 2025. 1. 17. 18:33

들녘에 나와 보니

 

 

들녘에 나와 보니

가을 벌써 저물었다

 

먼지구름 덮인 나라

힘없음을 한탄하니

 

된서리 내린 머리에

눈 그림자 어린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