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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마곡사에서
부처님 저 미소를 한 동이 길어다가
한여름 목물하듯 여의도에 뿌려주면
금강경 소리 따라와 욕심의 때 씻어낼까
글
일편단심
겨울만 무성한 뜰에
한 줄기
봄빛인가
굽었던
허리 펴고
소리 한 번 내지르니
홍매화
꽃가지마다
영글어 핀
일편단심
글
들녘에 나와 보니
들녘에 나와 보니
가을 벌써 저물었다
먼지구름 덮인 나라
힘없음을 한탄하니
된서리 내린 머리에
눈 그림자 어린다
글
가을 독수리
한화이글스 우승을기원하며
창공에 독수리가 날아올라야
가을이다
양 발톱에 호랑이 사자를 움켜지고
창날 같은 부리로
곰을 쪼아 물고
하늘 가장 높은 꼿
날고 있어야 가을이다
봄날의 비바람과 여름날의 천둥도
독수리 비상을 위한
하늘의 안배
세상 가장 높은 곳까지 날아올라라
가을 독수리는 목소리에도 힘이 올라서
한 번 호령하면
산천이 떨고
추풍낙엽으로 떨어져야 가을이다
글
약속
너라도 있어야 솜털만큼
꿈 꿀 수 있을게 아니냐
피는 꽃 뜨는 달을 바라보며
기다릴 수 있을게 아니냐
곧바로
암흑으로 떨어져
숨을 멈추는 일이 없을게 아니냐
글
남은 것은 아프다
찔레꽃 피는 길로
어머니 떠나던 날
뻐꾸기 하루 종일
눈물로 우짖었지
목숨의
피고 짐 사이
남은 것은 아프다
글
공명共鳴
지우다 만 연지처럼
젊음이 다 못 바랜 단풍잎 위에
엄중한 선고인가 눈이 내린다
아내여
이룬 것 다 버리고
다섯 살로 돌아갔지만
당신의 웃음이 너무 맑아서
가슴으로 울린다네
웃음 속에 숨어있는 진한 통곡이
글
곡선미
어머니 버선볼에
일어선 선 하나가
기와집 처마 따라 나비처럼 너울대다
하늘에
높이 떠올라
반달 되어 걸렸다
달항아리 어깨선에
핏속으로 울려오는
조상님들 그 말씀이 옹이모양 박혀있다
자연과
한몸 되어라
혼자 튀지 말아라
글
상강 무렵
하늘에 걸린 달은
세상을 비워내고
호수에 어린 달은
내 마음을 씻어낸다
첫 서리
때를 맞추어
세상 걱정 접으리
글
자작나무 숲에 가을이 내릴 때
세상일들이
바싹 마른 북어 맛처럼 밋밋해지면
자작나무 숲으로 가자
자작나무 숲에 가을이 내릴 때
하늘 끝에 팔랑대는 잎새들이 불타는 색깔로
옷을 갈아입듯이
사랑이 메말랐던 내 가슴에도 단풍이 익는다네
오오, 천둥이여
자작나무에 기대어 가을을 안아주면
쿠르릉 쿠르릉
몸속에서 일어서는 천둥이여
오랫동안 시들었던 젊은 날의 열정과
세월에 속아서 차갑게 식었던 사랑이
봄풀처럼 손들고 일어서는 아우성이여
자작나무 숲에 가을이 내려서
미워했던 사람들과 부둥켜안고 같이 울고
작은 일에도 쉽게 감동하는
눈물 많은 나를 찾았다네
산이 속삭이는 말을 알아듣고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에 젊어져서
내 곁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나를 찾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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