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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지렁이 아빠
날씨 좋은 날
지렁이가 길로 나왔어요.
개미 몇 마리 물어뜯을 때마다
옴찔거리는 지렁이
손으로 집기는 징그럽고
묵은 갈대를 꺾어 젓가락질 합니다.
몸부림치는 지렁이를
풀숲 땅에 묻어주고는
해님처럼 환하게 웃어줍니다.
오늘 태균이는
지렁이 아빠
2020. 5. 27
『한밭아동문학』21호 2020년
글
사월 아침
명자 꽃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절뚝거리며
한사코 도망가는 비둘기와
붕대를 들고
쫓아가는 소녀 하나
비둘기는 알 리가 없지요.
걱정스러운 소녀의 마음을
쫓기다 쫓기다
포르르 날아가는 비둘기 뒤로
소녀 울음만
명자 꽃처럼 빨갛게 익었습니다.
2020. 5. 23
『한밭아동문학』21호 2020년
글
사탕 하나
꼭 쥔 주먹 안에
반쯤 녹은 사탕 하나
아가는 잠자면서도
방긋 웃고 있다.
빨다가 너무 맛있어
엄마 주려고
꼭 쥐고 놓지 않는
쪼글쪼글한 알사탕 하나
2019. 3. 19
글
장날
엄마가 왔나보다.
사립문이 덜컹거린다.
펄쩍 뛰어 나가보면
지나가는 바람
사탕 한 봉진 사오시겠지.
살구나무 위 까치는
어림없다고 깍깍깍
미루나무처럼 목이 길어져 바라보는
산모롱이 길
해가 이슥하도록
아지랑이만 아롱아롱
2019. 1. 24
글
할아버지 선물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상장모음집
파란 파일에 하얀 글씨로
‘상장모음집’ ‘엄태균’
선명하게 쓰여 있어요.
2학년 까지 받은 상장은
달랑 세 개
상장을 넣으며 내 꿈도 함께 심었어요.
6학년이 가기 전
50장짜리 상장모음집을 가득 채워야지.
비싼 게임기 선물보다
파란 꿈을 키우는 상장모음집 정말 좋아요.
글
글
달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어머니께서 안방에서 베짜는 소리
나는 마당에 누워 밤하늘 별을 세고
동생들은 소록소록 잠자는 달밤
귀뚤 귀뚤 귀뚤 귀뚤
귀뚜라미 풀숲에서 울어대는 밤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를 찧던
아기 토끼들은 떡 먹으러 가는 밤
초등학교 5학년 때 지음
글
뱀이 더 놀랐겠네
보문산에 오르다
할머니 깜짝 놀라
태균아!
뱀뱀뱀뱀
정신없이 달아나는
뱀을 보며
할머니!
뱀이 더 놀랐겠네.
2015.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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