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장

초대장

 

 

그대가 사는 곳이

골 깊고 길 험해서

 

어스름 짙어지자

가는 길 망설였더니

 

험한 길 살펴오라고

둥그렇게 달 띄웠네.

 

2020. 6. 7

posted by 청라

물의 말

물의 말

 

 

마음을 다 굽히고 낮은 곳만 향하더니

하구에서 다시 보니 산 하늘 다 품었네.

한사코 몸으로 보인 물의 말을 알겠네.

 

 

2020. 5. 20

posted by 청라

권력의 얼굴

권력의 얼굴

 

 

정의를 앞세울수록 정의로운 사람 없다.

겉모습은 화려한데 뒤는 저리 더러울까.

권력은 속옷과 같아 오래될수록 오물 범벅

 

 

2020. 5. 22

posted by 청라

정비 사업

정비 사업

 

 

고향 마을 하천 공사에

포크레인은 사정이 없다.

새집들도 풀꽃들도

추억마저 퍼 담는다.

부르르 요동칠 때마다

깨어지는 내 어린 날

 

아내도 이른 나이에

정비 사업 시작했나.

기억들 하나하나

망각으로 깎여 나가

아내의 수첩 속에서

지워지면 어쩌나.

posted by 청라

사모가

사모가

 

 

꽃이 진 자리 옆에

다른 꽃이 피어나서

 

자연의 순환은

멈춤이 없건마는

 

어머니

가신 후에는

기별조차 없는가.

posted by 청라

오월

오월

 

 

이팝꽃 핀 날이면

풍선처럼 뜨는 설렘

 

뻐꾹새 울음으로

네 방 창문 두드리면

 

닫혔던 마음 열리고

환한 웃음 보겠지.

 

 

2020. 5. 7

posted by 청라

그리움

그리움

 

 

꽃 피면 오마하고 손 흔들며 떠난 사람

물에 지는 꽃 그림자 쑥국새만 울고 가네.

그리움 먼 하늘가에 구름으로 나부낀다.

 

 

2020. 5. 1

posted by 청라

살구꽃 눈물

살구꽃 눈물

 

 

돌담 허물어진

산 아래

빈 집 뜰에

 

혼자서

살구꽃이

눈물처럼 지고 있다.

 

작년 봄

산으로 가신

할아버지 그리워서

 

 

2020. 4. 28

posted by 청라

청령포 관음송觀音松

 

 

남쪽은 층암절벽 서강이 곡류曲流하여

세상과 끊어져서 구름 밖에 아득한 곳

나라님 날개 꺾이어 새처럼 추락한 곳

 

하늘이 무너진 날 옥가獄街에서 통곡하고

목숨을 걸어놓고 동을지冬乙旨에 안치했네.

충의공忠毅公 저 붉은 충절 세세년년 빛나리라.

 

임의 맑은 혼은 관음송觀音松에 스며들어

나라의 위기 앞에 표정 바꿔 경고하네.

후손아, 옷깃 여미고 저 기상을 이어가자.

 

 

2020. 4. 23

posted by 청라

가을 강 비 내릴 때

가을 강 비 내릴 때

 

 

사비성 아우성이

백마강에 가라앉아

백제 한

쪼아보려

부리를 박은 물새

 

역사는

비에 젖어도

단풍으로 타고 있다.

 

 

2020. 4. 21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