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

전화 한 통

 

 

일없이 뒤숭숭해

지는 꽃 바라보네.

적막에 갇혀 살며

시들시들 야위다가

만나잔

전화 한 통에

다시 활짝 피는 봄날

 

 

2020. 4. 9

posted by 청라

고승高僧

고승高僧

 

 

밤 새워 독경讀經해도

멍울처럼 안 풀리는

 

목탁木鐸을 만 번 쳐도

바람인 듯

안 보이는

 

참 도

남의 아픔에

손을 잡아 주는 것

 

 

2020. 4. 2

posted by 청라

어머니 목소리

어머니 목소리

 

 

매화마름

꽃다지꽃

고향의 손짓이다.

 

놀기 팔려 헤매노라

때 거르는 아들 걱정

 

해거름

목청 높이던

어머니

목소리다.

 

 

2020. 3. 23

posted by 청라

난꽃

난꽃

 

 

당신이 두고 떠난 화분을

치우려는데

밤사이 망울 틔운

햇살 같은 웃음 한 송이

 

정말로

미안하다고

마음으로 전하는 말

 

 

2020. 3. 1

posted by 청라

코로나에 갇힌 봄

코로나에 갇힌 봄

 

 

비둘기 콕콕콕콕 유리창 두드린다.

매화 봉오리에 봄물이 오르는데

방문을 닫아걸고서 하루 종일 뭘 하냐고

 

를 읽어봐야 바람 든 무맛이다.

태엽 풀린 시계처럼 하루는 늘어지고

봄날은 코로나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네.

 

피하고 도망만 가면 꽃피는 봄 못 보리라.

떨치고 일어서서 절망을 이겨내세.

나라가 어려울수록 혼자 살려 하지 말자.

 

 

2020. 2. 28

posted by 청라

고목古木에게

고목古木에게

 

 

가끔은 너를 위해서

몇 송이 쯤 꽃 피우렴.

저녁놀 지는 삶에

시도 쓰고 노래도 하며

불꽃을 피워 올리듯

멋진 사랑도 하여보렴.

 

젊음이 익었다는 건

흔들림도 멈췄다는 것

때 묻은 도화지에도

예쁜 그림 그릴 나이

인생을 장미 빛으로

다시 한 번 그려보자.

 

 

2020. 2. 17

posted by 청라

칡꽃

칡꽃

 

 

사랑도 집착이라

칭칭 감고 올라가서

 

자줏빛 환희를

마디마다 매달았네.

 

갈등葛藤

꽃으로 삭여

풀어내는 저 함성

 

 

2020. 1. 30

posted by 청라

봄날

봄날

 

 

이쁜이는 열여덟 살

푹 익은 찰 토마토

 

타는 몸 붉다 붉다

터질 듯 꼭지 돌아

 

눈웃음 살짝 보내면

톡 하고 떨어지겠네.

 

 

2020. 1. 6

posted by 청라

설화雪花

설화雪花

 

 

옷 벗은 빈 산하山河엔 달빛이 창백한데

홀연 함성처럼 일어서는 북 소린가

새벽에 박수 치며 온 저 사나이 너털웃음

 

시들었던 팔과 다리 넘치는 빛의 향연饗宴

깨어진 아픔 위에 덧 피어난 무궁화여

청년아, 서릿발 같은 깃발 하나 세우거라.

 

 

2020. 1. 5

posted by 청라

아내의 푯말

아내의 푯말

 

 

아내가

가슴 속에

푯말 하나 세웠다기에

깊은 밤 꿈을 열고

마음 살짝 엿봤더니

정 헤픈

남자는 사절"

붉은 글씨로 써 있네.

 

 

2019. 12. 14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