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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제2시조집-거꾸로 선 나무에 해당되는 글 90건
글
춘일春日
까치가 요란하게
울다 간 하루 종일
사립문 열어놓고
정류장만 바라보네.
막차는 지나가는데
찬바람만 휭하네.
2019. 8. 18
글
달빛에 잠든 마을
달빛에 잠든 마을
어디나 빈 세상 같다
꽃들도 물소리도
그림인 양 숨죽이는데
어디서
개 짖는 소리가
도화지를 찢는고.
2019. 8. 17
글
망초꽃
별 같다
누이 같다
귀뚜리 울음 같다
너무도 친근해서
귀한 줄 모른 사람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함께 가자 웃는다.
2019. 8. 14
글
사랑
달빛으로 새끼 꼬아
당신 사랑 엮어 걸면
혼자 새울 그믐밤에
등불인 양 빛을 내어
어두운 마음 밭머리
밝혀주고 있으리.
2019. 8. 6
글
어느 여름날
호박 덩굴 감아 올라간 흙담 밑이 고향이다.
말잠자리 깊이 든 잠 한 토막 끊어내어
무작정 시집보내던 어린 날의 풋 장난
담 따라 옥자 순자 송이송이 피어나면
일없이 호박벌처럼 온 종일 헤매던 골목
밥 먹자 부르던 엄마 감나무에 걸린 노을
건넛산 부엉이 울음 방죽엔 처녀 귀신
쪽 달빛 한 줌이면 콧김으로 날려버린
그 세월 먼 듯 가까이 안개처럼 아른댄다.
2019. 7. 31
글
황혼 무렵
사랑인지 미움인지
아리송한 네 얼굴 빛
다가갈까 물러설까
우리 사랑 황혼 무렵
역광에
어른거리는
네 마음의 실루엣
2019. 5. 29
글
목련 꽃봉오리
터지겠다.
펑 하고
입김만 호 불어도
한겨울 칼바람에
정淨한 혼魂 깎고 벼려
삼천리
한 몸으로 울릴
옥양목 빛 함성들아.
2019. 3. 26
글
삼월
산수유 뽀얀 숨결
언 가슴 녹인 불씨
비둘기 맨발에도
꽃신 한 짝 신겨줄까
잊었던 노래 가지마다
두런두런 피는 꽃등
털모자 벗으며
시든 사랑에 물을 주네.
듬성한 머리 사이
꽃대 한 촉 싹이 틀까.
신바람 나비 춤 앞세워
분홍 발로 오는 삼월
2019. 3. 1
글
미소가 따라와서
엊그제 마곡사
석가 불 그 미소가
내 꿈속 비좁은
골목까지 따라와서
아이 참, 욕하려 해도
빙그레 웃음만
그러게 살던 대로
막 살면 되는 게지
마음속에 부처는
왜 모시자 욕심 부려
아이고, 이제 큰일 났네
욕도 한 번 못하고
2019. 3. 6
글
서해의 저녁
바다의
비린내를
노릇노릇 구워놓고
지는 해
노른자처럼
소주잔에 동동 띄워
마신다.
귀가 열린다.
물새들의 속삭임에
기우는
하루해를
잡아서 무엇 하리.
잔 부딪칠
사람 하나
있으면 그만이지
파도로
어둠 흔들어
잠 못 드는 밤바다
2019.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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