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시조/제2시조집-거꾸로 선 나무에 해당되는 글 90건
글
첫눈 오는 날
사색의 파편破片인가
시간의 대화對話인가
깜빡 든 잠 속에서
한 점으로 일어서서
온 세상
빗질하려고
부스대는 날갯짓
가고 오는 인연들이
정결하게 씻기는데
저 큰 붓질 한 번에
인간사 다 지워지고
깨다 만
꿈결 속에서
머언 산만 솟는다.
2018. 12. 27
글
떼거리
매미들
목청 높여
떼거리 쓰고 있다.
벤치에
앉아 쉬던
할머니 일어서며
힘없는 늙은이가 뭐
피해야지 별 수 있나.
2018. 11. 1
글
각원사 청동대좌불
어떻게 살아가면 저리 고운 모습일까
서편 하늘 걸린 눈빛 중생衆生들 복을 비는
입가의 따뜻한 미소 봄 벚꽃이 피어나네.
사랑도 집착執着이라 훨훨 벗어 버리려도
작은 아픔에도 몸이 먼저 타올라서
마음은 향불 올리는 잔정에도 짠하다
2018. 9. 29
『문학사랑』126호(2018년 겨울호)
글
산마을
횃소리
닭울음에
산이 와르르 무너져서
집집 골목마다
송홧가루 덮인 마을
아이들 놀이소리도
빤짝 켜졌다 지는 마을
2018. 9. 28
글
여름을 보내며
목백일홍 꽃빛에
졸음이 가득하다.
한 뼘 남은 목숨을
다 태우는 매미 소리
친구야, 술잔에 담아
한 모금씩 마시자.
2018. 9. 9
글
딸 바보
아빠랑 꽃밭에서
사진을 찍었어요.
사진엔
내 얼굴만 가득가득 담겼네요.
아빠는
어떤 꽃보다
내가 제일 예쁘대요.
2018. 8. 11
글
가시연
예쁘고 고운 것은
눈만 흘겨도 쉬이 아파
물 저만큼 터를 잡고
완고한 장창처럼
가시를
세운 후에야
자줏빛 저 환한 웃음
2018. 8. 2
글
여름날 오후
먹 오디 빛 호박잎 그늘
실잠자리 깊이 든 잠
빈 고샅 혼자 걷다
적막에 물릴 때 쯤
반쯤 연 사립 안에서
나직하게 암탉 소리
2018. 7. 5
글
계곡에서
물소리 그리다가
오수午睡에 잠긴 날에
풀 바람 꽃향기도
붓질 없이 숨결 틔워
도화지
맑은 여백엔
산이 풍덩 빠져 있다.
201`8. 5, 30
글
고향
복사꽃 피었다고
다 고향은 아니더라.
어머니 미소를
산에 묻고 돌아온 날
고향도 뻐꾸기처럼
가슴에서 날아갔다.
떠올리면 향내 나는
어머니가 고향이지.
타향에서 지친 날개
쉴 곳 없는 저녁이면
달밤에 손 모아 비시던
정화수井華水로 다독였네.
2018. 5. 5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