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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제2시조집-거꾸로 선 나무에 해당되는 글 90건
글
윤사월
범종소리 쾅 하고
골짜기 울리면
번뇌처럼 온 산 가득
날리는 송홧가루
동자승
빗자루 들고
*삼고三苦를
쓸고 있다.
*삼고三苦 : 고苦의 인연으로 받는 고고苦苦
즐거운 일이 무너짐으로써 받는 괴고壞苦
세상 모든 현상의 변화가 끝이 없음으로써 받는 행고行苦
글
글
어머니
이 세상
어머니는
모두 다 미인이다.
자식 사랑 자식 걱정
별만큼 담은 가슴
곰보에
언청이라도
보고 나서 또 그립다.
2018. 3. 19
글
입춘立春 일기
대문 앞 콩 뿌리기보다 마음 먼저 닦고 보자
오신채五辛菜 먹기보다 삶의 쓴맛 깨우쳐서
입춘첩立春帖 붙이기 전에 이웃집에 쌀 한 됫박
2018. 3. 14
글
우수雨水 일기
첫울음
연초록이 파르르 떨고 있다.
겨우내 웅크린 가지
속살에 배어있던
종달새
아껴둔 노래
분수처럼 솟고 있다.
2018. 2. 21
글
산정호수의 구름
어제 벙근 구름 건져
내 어항에 심었는데
오늘 아침 꽃구름이
수련처럼 또 피어났네.
뿌리 채 곱게 캐어서
네 마음에 전하네.
잔뿌리도 상하잖게
네 울안에 모종하게.
서울의 하늘에서
이런 구름 보았는가.
사랑을 일고 또 일어
산의 숨결로 빚은 구름
2018. 2. 2
글
설일雪日
산도 숨을 멈추었다.
하얀 눈꽃 위의 적막
햇살도 눈을 감고
바람도 날개 접어
문 열면 깨어질까봐
문고리 잡고 서 있다.
2018. 1. 31
글
매화 연서
눈꽃 위에 달빛 차서 마음이 시린 새벽
매화 분에 일점홍一點紅이 심등心燈에 불을 밝혀
맑은 향 한 방울 찍어 붉은 연서 보낸다.
내 마음 보낸 사연 서랍 가득 쌓였을까
꿈에 간 내 발길에 님의 문턱 닳았으리.
잠결에 매화 향 풍기면 내가 온 줄 아소서.
2018. 1. 29
글
방포 일몰
새빨간 불구슬
누가 박아 놓았을까
스르르 구르다가
반쯤만 걸린 것을
파도가
꿀꺽 삼키고
펄떡펄떡 뛰고 있네.
2018. 1. 13
글
비닐 편지
도시를 탈출하다 첨탑에 꿰인 비닐
무엇을 외치려고 비명처럼 몸 흔드나
땅거미 날개 펴듯이 쏟아지는 검은 종소리
한 집 걸러 한 개씩 십자가는 불 밝혀도
사랑은 말라가고 죄인은 더 많아지나
어둠의 세상 자르려 초승달 칼 하나 떴네.
소음뿐인 도시에 사랑은 죽었더라.
난민인 양 탈출하다 한 조각 꿈 깨어지듯
십자가 못 박힌 채로 늘어지는 비닐봉지.
2018.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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