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편지

비닐 편지

 

 

도시를 탈출하다 첨탑에 꿰인 비닐

무엇을 외치려고 비명처럼 몸 흔드나

땅거미 날개 펴듯이 쏟아지는 검은 종소리

 

한 집 걸러 한 개씩 십자가는 불 밝혀도

사랑은 말라가고 죄인은 더 많아지나

어둠의 세상 자르려 초승달 칼 하나 떴네.

 

소음뿐인 도시에 사랑은 죽었더라.

난민인 양 탈출하다 한 조각 꿈 깨어지듯

십자가 못 박힌 채로 늘어지는 비닐봉지.

 

 

2018. 1. 6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