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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2.16 주례사(김두호 윤희원)
- 2016.10.30 주례사
글
주례사
날씨가 몹시 추운데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신랑 김두호 군과 신부 윤희원양을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해주신 하객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자녀의 결혼식을 갖게 된 양가의 부모님께도 축하의 말씀 올립니다.
일본의 시인 고바야시 잇사의 하이쿠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
나비와 함께 앉아있다.
이것도 전생의 인연
한 알의 모래에 온 세상을 다 담아두듯 잇사는 이생과 전생의 인연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태어난 날도, 태어난 장소도, 성장 환경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오늘 부부라는 인연으로 함께 묶이게 된 것은 전생에 맺어졌던 수천 겁의 인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이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름답게 키워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두 사람 앞날의 행복이 바로 거기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이 주례를 기꺼이 허락한 것은 저희 부부는 결혼 40년 넘게 아직 부부싸움을 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식들도 잘 자랐고, 제가 주례를 맡았던 이십여 쌍의 제자들도 모두 아이들 잘 낳고 행복하게 잘들 살고 있습니다. 저는 저의 이런 행운을 사랑하는 김두호 군과 윤희원 양에게 나누어주고 싶었습니다. 훌륭한 교사이며 지혜로운 신랑 신부가 행복한 가정을 잘 꾸려가리라 믿습니다만 노파심에 몇 가지만 당부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신랑 신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행복을 유지하는 것은 행운만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의 뜨거운 사랑을 변치 않고 꾸준히 지켜가는 데 행복의 열쇠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랑은 꽃과 같아서 서로 힘을 모아 가꾸지 않으면 시들어버리고 맙니다. 제 ‘부부’라는 시를 보면 “나는 마음의 반을 접어서/아내의 마음 갈피에 끼워 넣고 산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마음의 반을 접어 상대방의 마음 갈피에 끼워 넣고 기쁠 때 같이 기뻐하고 슬플 때 같이 슬퍼해주며 작은 근심도 사전에 포착해서 해결해주는, 반려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끝까지 변하지 않는 그런 마음이 가정 평화의 씨앗이 된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기 바랍니다.
두 번째로 드리고 싶은 말은 배우자의 부모 형제를 내 부모 형제처럼 사랑하라는 말입니다. 쉽지 않겠지요. 어느 날 갑자기 맺어진 인연인데 왜 어색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부부싸움의 시초는 상대방 가족에게 섭섭하게 대했다는 곳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나 알고 모든 주례사들이 당부하는 말인데도 잘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오늘 신랑 신부는 사랑을 오래 지켜가기 위해서는 신랑은 신부의 가족을, 신부는 신랑의 가족을 자신의 가족처럼 진심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가슴 속 깊이 간직해주기 바랍니다.
세 번째로 당부할 말은 자식은 적당하게 낳아 잘 교육시키라는 것입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바쁘다는 이유,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 즐기면서 살기만도 부족한 인생이라는 이유를 들어 자식을 낳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 있어서 자식은 꼭 필요합니다. 늙어 의지할 곳 하나 없을 때 자식은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지가 됩니다. 자식 교육은 말로 하지 말고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 가르치는 현명한 부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지금의 뜨거운 사랑 변하지 말고, 배우자의 가족을 내 가족 같이 사랑할 것이며, 적당하게 자녀를 낳아 잘 기르는 것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열쇠가 됩니다. 신랑 신부는 주례의 말을 명심하고 실천하여 영원히 복된 삶을 누리기 바랍니다.
또한 이 자리를 함께하시는 하객 여러분께서도 새 출발 하는 이 가정을 지켜봐주시고 미흡할 때는 따뜻한 보살핌이 있기를 부탁드리며, 간단하나마 두서없는 말로 주례사를 대신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7년 12월 16일
주례 엄 기 창
글
주례사
가을이 곱게 익어가는 토요일입니다. 엊그제 플라워랜드에 갔더니 국화꽃들이 농익을 대로 익어서 늦은 가을을 환하게 불 밝히는 것을 보고 ‘아, 원숙하다는 것은 저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고 처음 깨달았습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여 서로 다른 영혼으로 살다가 오늘 비로소 한 몸이 됩니다. 그 모습이 마치 연리지와 같아서 저는 두 사람의 인생이 결혼을 통해 화창해지라고 비는 마음을 연리지를 통해 말해보려 합니다.
연리지는 서로 뿌리가 다른 두 가지가 서로 엉겨 붙어 한 나무로 살아가는 것을 이르는 말로, <후한서> ‘채옹편’에서는 처음으로 ‘효’를 상징하는 말로 쓰였습니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면 이제 부모님은 네 분이 되겠지요. 자고로 상대편의 부모님께 잘못하고 사랑을 받는 일은 없습니다. 오늘 배우자를 통해 새로 인연을 맺는 부모님을, 가족을 진정 내 부모님,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모실 때 더 튼튼하고 싱싱한 연리지가 탄생된다는 것을 신랑 신부는 가슴 깊이 인식하고 실천해주길 바랍니다.
연리지의 상징적 의미는 점차로 ‘남녀 간의 영원한 사랑’, ‘부부애’ 등을 상징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습니다. 뿌리가 다른 나무끼리 한 나무로 살아가며 다시 찢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 필요할까요. 저는 바로 변치 않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불같이 뜨겁던 사랑도 잘못 가꾸면 차갑게 식어버리고 맙니다. 이 사랑을 잘 가꾸기 위해서는 늘 배우자를 믿고 사랑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려고 자신을 희생할 때 천 년 만 년 푸름을 잃지 않는 연리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교훈 또한 깊이 되새길 것을 주례는 신랑 신부에게 당부합니다.
저는 얼마 전 제 세 번째 시집인 <춤바위>에 ‘부부’라는 시를 발표했습니다. 이 시에는 연리지를 통해 깨달을 수 있는 교훈이 가득 담겨 있기에 주례는 하객 여러분이 증인으로 참석한 이 자리에서 신랑과 신부에게 꼭 들려주고 싶습니다.
부부
엄기창
나는 마음의 반을 접어서
아내의 마음 갈피에 끼워 넣고 산다.
더듬이처럼 사랑의 촉수를 뻗어
아내의 작은 한숨마저 감지해 내고는
아내의 겨울을 지운다.
어깨동무하고 걸어오면서
아내가 발 틀리면 내가 발을 맞추고
내가 넘어지면
아내가 일으켜주고
천둥 한 번 일지 않은 우리들의 서른여덟 해
사랑하고 살기만도 부족한 삶에
미워할 새가 어디 있으랴.
늘 마음의 반을 접어 서로의 마음 갈피에 끼우고, 상대방의 작은 번민까지 감지해 지워주려는 마음, 고달픈 인생행로에서 한 사람이발을 틀리면 서로 맞춰가려는 마음, 사랑하며 살기만도 부족한 인생에서 미워할 새가 있겠냐는 강한 의지, 이런 것들을 잊지 않는다면 두 사람의 일생은 분명 행복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아름다운 새 시작에 축복을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10월 30일
주례 엄 기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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