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어느 여름날

 

호박 덩굴 감아 올라간 흙담 밑이 고향이다.

말잠자리 깊이 든 잠 한 토막 끊어내어

무작정 시집보내던 어린 날의 풋 장난

 

담 따라 옥자 순자 송이송이 피어나면

일없이 호박벌처럼 온 종일 헤매던 골목

밥 먹자 부르던 엄마 감나무에 걸린 노을

 

건넛산 부엉이 울음 방죽엔 처녀 귀신

쪽 달빛 한 줌이면 콧김으로 날려버린

그 세월 먼 듯 가까이 안개처럼 아른댄다.

 

 

2019. 7. 31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