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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미소 뒤에 감춰진 아픔
광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처럼
능소화 송이들 중 그냥 한 송이
어울려 핀 모습은 화려하지만
자세히 보면
미소 뒤에 감춰진 저 단단한 멍울
아프다 아프다 해도 소용없으니
능소화는
그냥 입다물고 시들어간다
그래도
이름 없이 돋았다 지는 풀이 아니라
꽃으로 핀 것만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아픔 없이 사는 것이 어디 있으랴
글
탱자 가시
예쁜 꽃으로 필 야망은 조금도 없다
연분홍 향기로 몸단장하고
꺾어갈 사람 애타게 기다리며
가슴 졸일 생각은 더더욱 없다
항시 하늘 향해 뾰족하게 날을 세우고
벌 나비도 새들도 안을 수 없는
천형의 몸이라 해도
부정한 것들에 몸을 숙이지 않고
옳은 것은 옳다고 지키며 사는
진초록 마음을 지닌 사내로 살겠다
글
인구 절벽 앞에서
나무가 없으면
산이 아니다
풀이 없으면
들이 아니다
사람이 없는데
나라라고 온전할까
글
사랑의 정석
편지도
메시지도
전화도 묶어놓고
그 얼굴
그 그리움
꾹꾹 눌러 참아내니
뜨겁게
발효되어서
깊은 맛으로 익었네
글
사랑의 정석
편지도
메시지도
전화도 돌려놓고
그리움
보고픔을
꾹꾹 눌러 참다보니
사랑이
발효되어서
깊은 맛으로 익었네
글
달빛 이불
새벽달 조명처럼 으스름 비춘 침대 위에
주름살 자글자글 꽃무늬 진 여자 하나
굳센 체 떨림을 감춘 들풀 같은 사내 하나
꿈결인 듯 손을 잡고 살아온 세월인데
자다가 문득 깨니 단풍으로 물든 인생
눈물로 달빛 끌어다 시린 숨결 덮어주네
글
그믐달
무심히 스치는 듯
울안 샅샅 다 살피며
새벽까지 온 나라의
평안 위해 잠 못 드는
대통령
우리 대통령
참 그리운 대통령
글
말
아침나절
갑자기 솟아오른 비둘기처럼
신문마다 방송바다 날개 펄럭이는
사제 뉴스 한 마디
세균처럼 번식해서 세상을 잡아먹는
말말말
말에 묶인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지향 없이 가고 있다
밥과 군대는 넘치는데
믿음이 없구나
서로 발 걸고 쿵하고 넘어지는
화려한 꽃들
글
개망초꽃
모였다
소리쳤다
울림으로 큰 목소리
팔황의 부정한 것
씻은 듯 물러가라
작지만 뭉쳐 외치는 함성
온 세상이 환하다
글
달빛 이불
사르륵 사르륵
누군가 오는 발자취 소리에
잠 깨어 보니
따스한 새벽 달빛
창을 넘어 들어와
아내의 종아리를 덮어주고 있다
다 잊고 편히 쉬세요
평생 고생했어요
달빛 한 자락 손에 쥐고
울컥 치솟는 울음을 참지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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