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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7.30 찻잔 속의 태풍 2
- 2025.07.25 배롱꽃 피는 저녁
- 2025.07.21 치매 걸린 아내에게
- 2025.07.12 인생
- 2025.07.02 꽃도 당신을 위해 피었나보다
- 2025.07.02 내 고향 가교리
- 2025.06.11 불타는 시월 1
- 2025.06.11 5월 산행
- 2025.03.19 밝은 빛이 되고 싶다
- 2025.03.09 보길도에서 손을 흔들다
글
찻잔 속의 태풍
연꽃은 부처님 미소
궁남지에 가득한 햇살
마음의 귀를 열면
먼 절 목탁소린들 듣지 못하랴
당신은 그냥 당신인데
찻잔 속에 담긴 태풍인양
손톱만 한 일탈에도 나는 늘
전전긍긍이다
고란사 쪽으로 손을 모은다
불은佛恩은 닿지 않는 곳이 없지만
마음을 닫아놓으면 이를 수가 없다
글
배롱꽃 피는 저녁
당신의 더듬이가 내 마음을 쓰다듬다 가도
사랑보다 연민이
배롱꽃으로 피어나는 저녁
냉미역국처럼 새콤달콤한 탈출구를 찾으려고
바다 곁에 사는 선배에게 전화를 걸다가
부음만 확인했다
올여름 더위는 물엿처럼 끈적끈적하다
떼창으로 악쓰는 매미소리 한 줄금
헛바퀴만 굴리다 가고
날마다 창의적으로 개발하는
당신의 말썽에 파김치가 되어
일찍 뜨는 별 하나도 귀찮은 저녁
날 위로한다고 조롱조롱 피어나는
배롱꽃 빨간 꽃잎에
낮 더위만 타고 있다
글
치매 걸린 아내에게
자다가 문득 보니 주름살엔 새벽 달빛
아내여, 함께 온 길 망각으로 지웠구나
덧없다 덧없다 해도 무심히 가는 세월
글
인생
자다가 문득 일어나서
당신의 얼굴 바라보니
새벽 달빛 더 환하게
주름살마다 새겨진 우리 세월을
쓰다듬어 주네
다 늦게 사랑을 알 만하니
번뇌 한 아름 따라오고
아픔과 동무로 살다 보니
인생을 알게 되네
인생은
꽃길만 가는 게 없더라
비틀비틀 가더라
글
꽃도 당신을 위해 피었나보다
사람은 몰라봐도
꽃은 알아보나 보다
꽃의 마음이 향기롭다는 것은
아직 잊지 않았나 보다
활짝 웃는 그 모습을 보면
아내는 아이처럼 박수 치며
반겨주기에
우리 아파트 산수유 꽃은
겨울을 뿌리치고
서둘러 당신을 향해 달려왔나 보다
글
내 고향 가교리
눈뜨면
내려오던
남가섭암 목탁소리
풀꽃 향 피워내던
마곡천 여울소리
타향을
떠돌더라도
돌아갈 곳 하나 있다
골목에서
마주치면
정답게 웃어주고
어려운 일 있을 때면
내 일처럼 도와주던
서러움
깊어질수록
힘이 되는 내 고향
글
불타는 시월
친구는 혼자 화를 내다
절교를 선언하고 돌아가고
나는 접시에 고기처럼 쌓인 폭언을
안주삼아
눈물로 소주를 마신다
창밖엔 우리 나이만큼의 가을이 익고 있다
불판의 열기처럼 분노로 달궈졌던 친구
다 늙은 나이에 무슨 미련이 남아서
시국 얘기 한 마디에 산산조각 낸
오십년 우정
한 쪽으로만 배가 기운다는 건
침몰하고 있다는 일이다
몇 잔 마신 취기에 어지럽게 뒤섞여
노을인양 출렁거리는
불타는 시월
글
5월 산행
산은 한사코
나를 반겨 손을 흔들고
안개는 품을 벌려
감싸 안으려 한다
찔레꽃 향기가 불러서 왔는데
세상의 근심 말끔히 살라주는
초록빛 불길
느닷없는 뻐꾸기 소리에
딸꾹질하는 산
풀썩이는 송홧가루
글
밝은 빛이 되고 싶다
도화지 보면 행복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어
도화지는 하얗게 비어있어서
마음대로 꿈을
설계할 수 있다
때로는 나도
여백이 많은 도화지가 되고 싶다
누군가 괴로울 때
그 아픔을 감싸주는 포근한 공간이
되고 싶다
비탈진 세상 걸어갈 때
의지할 수 있는 지팡이처럼
아주 막막할 것 같은
당신의 삶에
밝은 빛이 되고 싶다
글
보길도에서 손을 흔들다
마지막 배는 떠나가고
포구는 적막에 젖는다
이별이 숙명이라면
기쁘게 손을 흔들자
깊게 들이마셨다 내뱉는
담배연기처럼
외로움을 즐기자
안개는 눈물인 듯 섬을 채우려 하고
가로등 하나 한사코
절망을 벗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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