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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탱자 가시
예쁜 꽃으로 필 야망은 조금도 없다
연분홍 향기로 몸단장하고
꺾어갈 사람 애타게 기다리며
가슴 졸일 생각은 더더욱 없다
항시 하늘 향해 뾰족하게 날을 세우고
벌 나비도 새들도 안을 수 없는
천형의 몸이라 해도
부정한 것들에 몸을 숙이지 않고
옳은 것은 옳다고 지키며 사는
진초록 마음을 지닌 사내로 살겠다
글
인구 절벽 앞에서
나무가 없으면
산이 아니다
풀이 없으면
들이 아니다
사람이 없는데
나라라고 온전할까
글
사랑의 정석
편지도
메시지도
전화도 묶어놓고
그 얼굴
그 그리움
꾹꾹 눌러 참아내니
뜨겁게
발효되어서
깊은 맛으로 익었네
글
사랑의 정석
편지도
메시지도
전화도 돌려놓고
그리움
보고픔을
꾹꾹 눌러 참다보니
사랑이
발효되어서
깊은 맛으로 익었네
글
달빛 이불
새벽달 조명처럼 으스름 비춘 침대 위에
주름살 자글자글 꽃무늬 진 여자 하나
굳센 체 떨림을 감춘 들풀 같은 사내 하나
꿈결인 듯 손을 잡고 살아온 세월인데
자다가 문득 깨니 단풍으로 물든 인생
눈물로 달빛 끌어다 시린 숨결 덮어주네
글
그믐달
무심히 스치는 듯
울안 샅샅 다 살피며
새벽까지 온 나라의
평안 위해 잠 못 드는
대통령
우리 대통령
참 그리운 대통령
글
말
아침나절
갑자기 솟아오른 비둘기처럼
신문마다 방송바다 날개 펄럭이는
사제 뉴스 한 마디
세균처럼 번식해서 세상을 잡아먹는
말말말
말에 묶인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지향 없이 가고 있다
밥과 군대는 넘치는데
믿음이 없구나
서로 발 걸고 쿵하고 넘어지는
화려한 꽃들
글
개망초꽃
모였다
소리쳤다
울림으로 큰 목소리
팔황의 부정한 것
씻은 듯 물러가라
작지만 뭉쳐 외치는 함성
온 세상이 환하다
글
달빛 이불
사르륵 사르륵
누군가 오는 발자취 소리에
잠 깨어 보니
따스한 새벽 달빛
창을 넘어 들어와
아내의 종아리를 덮어주고 있다
다 잊고 편히 쉬세요
평생 고생했어요
달빛 한 자락 손에 쥐고
울컥 치솟는 울음을 참지 못했네
글
어깨동무
당신의 맑은 미소가 된서리를 맞던 그 날까지
우리 인생은 아직
한여름인 줄 알았습니다
찍혀 나온 사진에 숭숭 구멍 뚫린
소중하게 쌓아온 것들 잘려나간 멍 자국을 보면서
이제 나도 옷을 갈아입을 때가 되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행복한 날들은 왜 이리 짧은 걸까요
긴 머리에 보랏빛 원피스
당신의 봄날은 그렇게 아름다웠는데
함께 걷는 삶의 길에 시름없이
국화꽃이 피었다 시들어갑니다
나의 힘든 날들을
당신이 나누어 이고 왔듯이
당신의 힘든 날은 내가 나누어 지고 가려 합니다
아픈 고갯길 어깨동무로 함께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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