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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적막에 갇히다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유등천 여울목
짝 잃은 두루미 한 마리 석상처럼 서 있다
등 뒤로 길게 자리 잡은
하늘만한 공허
개울 가로 자잘하게 개불알꽃들이 피어나고
까치가 울고 때로는 스포츠카가 굉음을 울리고 지나가지만
깨어지지 않는 단단한 적막
외로움에는 약이 없다
내가 자다가 문득문득 일어나
옆자리를 보며 안도하는 것은
채매 걸린 아내라도
옆 자리를 굳게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화석인양 정지해 있는 두루미를 본다
불어오는 바람도 피어있는 꽃들에도
의미를 잃었다
함께 걸어가다 옆 자리가 비워진다는 것은
깨지지 않는 적막에 갇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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