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꽃 피는 저녁

시/제7시집 2025. 7. 25. 11:43

배롱꽃 피는 저녁

 

 

당신의 더듬이가 내 마음을 쓰다듬다 가도

사랑보다 연민이

배롱꽃으로 피어나는 저녁

 

냉미역국처럼 새콤달콤한 탈출구를 찾으려고

바다 곁에 사는 선배에게 전화를 걸다가

부음만 확인했다

 

올여름 더위는 물엿처럼 끈적끈적하다

떼창으로 악쓰는 매미소리 한 줄금

헛바퀴만 굴리다 가고

 

날마다 창의적으로 개발하는

당신의 말썽에 파김치가 되어

일찍 뜨는 별 하나도 귀찮은 저녁

 

날 위로한다고 조롱조롱 피어나는

배롱꽃 빨간 꽃잎에

낮 더위만 타고 있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