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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제3시조집에 해당되는 글 52건
글
어머니가 고향이다
어머니 없는 마을은 고향도 타향 같다
어둔 밤 재 넘을 제 마중 보내 반긴 불빛
된장국 끓이던 향기 잡힐 듯이 그립다
빈 집의 살구꽃은 왜 혼자서 타오르나
돌절구 돌 맷돌은 버려진 채 비를 맞고
노을 녘 부르던 목소리 귀에 쟁쟁 울려온다
어머니 가시던 날 고향도 따라갔나
어린 날 추억들은 밤 새 소리에 아득하다
허전해 돌아가는 발길 어머니가 고향이다
글
물 위에 쓴 편지
물오리 한숨 풀어
물 위에 편지를 쓴다
썼다 지운 이야기는
꽃잎으로 떠도는가
옛날은 희미해지고
향기만 가득 풍겨온다
글
산안개
한여름 비온 날 아침 산봉우리 올라 보니
초록빛 골짜기마다 시루떡 찌고 있다
담 너머 떡 사발 나누던 고향생각 아롱댄다
글
가을 저녁
커피 잔 채워놓고
벤치에
앉아 보니
샛노란
은행잎에
세월이 배어 있다
커피 향
그리운 얼굴
아롱아롱 하구나
글
여적
노을이 부서지네
두루미 부리 끝에
짝 잃은 눈동자에
허전한 가을바람
맴돌다
한숨이 되어
어둠으로 덮이네
글
4월의 소리
민들레 꽃다지 꽃 다 져서 허전한데
떠나간 임들처럼 그리움 품은 꽃대
연초록 아우성인가 타오르는 저 외침
글
새벽 바다
뛰는구나
까치발로
머리 위엔
금빛 햇살
무섭게 달려와서는
간지럼치고 물러서는
파도의 장난기 미워 고개 돌린 해당화
글
청명淸明 아침
종달새 노래마다
연초록 피어난다
두릅을 따지 마라
봄 향기 좀 더 맡자
간밤에
성긴 비 왔으니
성묘나 하러 가리라
글
노을
나비만 나풀대도
휘어지는
시간의 줄
수많은 인연들을
연처럼
걸어놓고
걷다가
문득 돌아보니
빨갛게 타는 노을
글
연서戀書
살짝 만 돌아보오.
한여름 무더위를
후루룩 씻고 지나가는
소나기를 닮은 사람
살포시
웃는 모습이
가을 달을 닮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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