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

시조/제3시조집 2022. 8. 9. 10:55

개떡

 

 

개구리 소리 체로 쳐서

보릿겨 반죽하고

별들을 솜솜 뿌려

반짝반짝 맛을 내서

어머니

제사상에다

별미라고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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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허물

시조/제3시조집 2022. 8. 6. 08:47

매미 허물

 

 

누군가 속마음을

벗어놓고 떠난 자리

 

화장 지운 여자처럼

창백한 낮달처럼

 

뜨겁게

불사르고 간

그 여름의 시든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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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달빛

시조/제3시조집 2021. 5. 27. 20:07

어머니 달빛

 

 

어머닌 웃음 속에 늘

만월 하나 키우신다.

정안수에 뿌리박고

기원으로 자란 달빛

이 아들 밤길 걸을 때

앞서가며 밝혀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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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릴리스

시조/제3시조집 2021. 4. 27. 08:40

아마릴리스

 

 

햇살 같은 웃음으로

어머니 다녀간 걸

시든 후에야 알았네.

뒷모습만 보았네.

 

절절히 그리운 채로

미라가 된 꽃잎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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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겨울

시조/제3시조집 2021. 3. 19. 10:00

산사의 겨울

 

 

산사의 소나무는

겨울에도 꽃을 피운다.

 

목탁소리

씻고 씻어

순결처럼 맑은 게송偈頌

 

눈 감고 혼을 벼린다.

만수향내 입힌다.

 

 

2021.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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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가을

시조/제3시조집 2021. 3. 19. 09:41

산사의 가을

 

 

인가의 비린내가

산문에 막혀있다.

 

오늘도 돌부처는

따뜻하게 웃고 있네.

 

세상은 어지러워도

믿음으로 얻은 평화

 

 

사바와 불계가

산문으로 나눠질까

 

산 속의 저녁놀은

속세까지 이어졌네.

 

온세상 부처님 말씀으로

새빨갛게 익은 가을

 

 

2021.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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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여름

시조/제3시조집 2021. 3. 19. 08:52

산사의 여름

 

 

베개 밑 골물소리에

초록 향기 묻어온다.

 

여승은 밤 깊도록

무슨 소원 저리 빌까.

 

목어木魚

비우고 비운

꿈 밭 머리 별이 뜬다.

 

 

2021.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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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아닌 고향

시조/제3시조집 2021. 2. 22. 12:14

고향 아닌 고향

 

 

엊그제 간 고향은

타향처럼 낯설었지.

뻐꾹새 목소리도

멍들어 짓물렀고

냉이 향 정답던 얼굴

비어서 퀭한 골목

 

떠날 때 두고 갔던

내 어린 날 어디 갔나.

앞산은 못 본 사이

키가 팍 줄어들고

어머니 모닥불 웃음

잔디 덮고 누웠데.

 

 

2021.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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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봄

시조/제3시조집 2021. 1. 25. 12:26

산사의 봄

 

 

은적암隱寂庵 염불 소리는

봄이 와도 늘 혼자다.

속세를 멀리 두면

번뇌煩惱 또한 멀어질까

풍경은 바람이 나서

달만 보면 울어댄다.

 

한평생 외로움을

친구처럼 못 버려서

봄에나 흔들림을

호사好事로 즐기거니

목탁을 만 번 쳐봐도

더 아득한 깨달음

 

2021. 1. 25

충청예술문화108(20213월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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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종梵鐘 소리

시조/제3시조집 2021. 1. 17. 22:48

범종梵鐘 소리

 

 

사자후獅子吼

일갈一喝

사바娑婆를 깨워내어

 

말씀으로 쓸어내는

수천 겁 업연業緣의 짐

 

돈오頓悟

열리는 소리

저 법열法悅의 긴 울림

 

 

2021. 1. 17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