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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제3시조집에 해당되는 글 52건
글
어머니 달빛
어머닌 웃음 속에 늘
만월 하나 키우신다.
정안수에 뿌리박고
기원으로 자란 달빛
이 아들 밤길 걸을 때
앞서가며 밝혀주네.
글
아마릴리스
햇살 같은 웃음으로
어머니 다녀간 걸
시든 후에야 알았네.
뒷모습만 보았네.
절절히 그리운 채로
미라가 된 꽃잎이여
글
산사의 겨울
산사의 소나무는
겨울에도 꽃을 피운다.
목탁소리
씻고 씻어
순결처럼 맑은 게송偈頌
눈 감고 혼魂을 벼린다.
만수향내 입힌다.
2021. 3. 19
글
산사의 가을
인가의 비린내가
산문에 막혀있다.
오늘도 돌부처는
따뜻하게 웃고 있네.
세상은 어지러워도
믿음으로 얻은 평화
사바와 불계가
산문으로 나눠질까
산 속의 저녁놀은
속세까지 이어졌네.
온세상 부처님 말씀으로
새빨갛게 익은 가을
2021. 3. 19
글
산사의 여름
베개 밑 골물소리에
초록 향기 묻어온다.
여승은 밤 깊도록
무슨 소원 저리 빌까.
목어木魚로
비우고 비운
꿈 밭 머리 별이 뜬다.
2021. 3. 19
글
고향 아닌 고향
엊그제 간 고향은
타향처럼 낯설었지.
뻐꾹새 목소리도
멍들어 짓물렀고
냉이 향 정답던 얼굴
비어서 퀭한 골목
떠날 때 두고 갔던
내 어린 날 어디 갔나.
앞산은 못 본 사이
키가 팍 줄어들고
어머니 모닥불 웃음
잔디 덮고 누웠데.
2021. 2. 21
글
산사의 봄
은적암隱寂庵 염불 소리는
봄이 와도 늘 혼자다.
속세를 멀리 두면
번뇌煩惱 또한 멀어질까
풍경은 바람이 나서
달만 보면 울어댄다.
한평생 외로움을
친구처럼 못 버려서
봄에나 흔들림을
호사好事로 즐기거니
목탁을 만 번 쳐봐도
더 아득한 깨달음
2021. 1. 25
『충청예술문화』108호 (2021년 3월홈)
글
범종梵鐘 소리
사자후獅子吼
일갈一喝이
사바娑婆를 깨워내어
말씀으로 쓸어내는
수천 겁 업연業緣의 짐
돈오頓悟가
열리는 소리
저 법열法悅의 긴 울림
2021. 1. 17
글
자목련
허공 한 점에 초경初經이 비치더니
빛보다 소리보다
향기가 먼저 익어
선명한
진통의 빛깔
빅뱅으로 열린 우주
2021. 1. 8
글
계룡의 숨결
누구를 사랑하기에 저 간절한 몸짓인가
이 골 저 골 물소리로 가냘픈 것들 보듬어 안아
백설이 분분한 시절에도 초록 띠를 둘렀다.
저녁이면 목탁소리 산 아래 마을 씻어주네.
솔향기 꽃빛 노을 봉송奉送처럼 싸서 보내
충청도 처맛가마다 깃발처럼 걸린 평화
산봉마다 둥글둥글 원만한 저 모습이
삼남을 아우르는 충청도 사랑이라
계룡의 저 높은 숨결 충청인의 기상이라.
2020. 12. 19
『시조사랑』20호(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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