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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눈 오는 밤에
한 사흘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평생 쌓아올린 이름도 벗어놓고
예닐곱 살 어린 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눈 속에 고구마를 몰래 묻어놓으면
길어도 헛헛하지 않던 겨울밤
화롯가에 모여앉아
할머니 옛 얘기에 눈을 반짝이며 가슴 졸이던
추억의 도화지에
평생을 그리운 그림으로 남아있는 것들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밤새도록 꿈 밭에서 서성이고
형이 뒤척이면 이불 밖에서 내 다리가 얼던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들 모두 막아놓고
예닐곱 살 그 날에 갇혀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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