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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자작나무 숲에 가을이 내릴 때
세상일들이
바싹 마른 북어 맛처럼 밋밋해지면
자작나무 숲으로 가자
자작나무 숲에 가을이 내릴 때
하늘 끝에 팔랑대는 잎새들이 불타는 색깔로
옷을 갈아입듯이
사랑이 메말랐던 내 가슴에도 단풍이 익는다네
오오, 천둥이여
자작나무에 기대어 가을을 안아주면
쿠르릉 쿠르릉
몸속에서 일어서는 천둥이여
오랫동안 시들었던 젊은 날의 열정과
세월에 속아서 차갑게 식었던 사랑이
봄풀처럼 손들고 일어서는 아우성이여
자작나무 숲에 가을이 내려서
미워했던 사람들과 부둥켜안고 같이 울고
작은 일에도 쉽게 감동하는
눈물 많은 나를 찾았다네
산이 속삭이는 말을 알아듣고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에 젊어져서
내 곁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나를 찾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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