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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소멸의 법칙
구절초 꽃이 진다고
귀뚜라미 밤새도록 울어댑니다
아름답게 지는 것이 어디 있나요
이 세상 누구보다 화사했던 꽃들도
된서리 한 줌에
저리 사그라드는 것을
아픔 없이 가는 사람 어디 있나요
글
아내의 달력
아내의 달력은 아직도 1월이다
계절은 어느새 국화꽃을 피웠는데
넘기는 걸 잊은 아내의 시간은
태엽이 풀린 채로 멈춰 서 있다
추녀 끝에서 오래
비에 햇살에 절은 못처럼
아내의 기억은 빨갛게 녹이 슬어서
친정엄마도 잊어버리고 아들 손주도
잊어버리고
붙어사는 남편조차 까막까막하는
궤도의 이탈
지나간 세월을 혼자 넘기면
동그라미 친 날짜마다 단풍처럼 피가 솟는다
눈길 한 번 받지 못한 추억의 둥치에서는
버섯처럼 하얗게 아우성이 인다
글
시인이라 미안해요
노래하는 사람들 아픔은
다 노래가 되어
세상사람 가슴마다 꽃으로 피는데
당신을 위한 나의 눈물은
시가 되어도 마음마다 스며들지 못합니다
시인이라 미안해요
그 사람 사부곡思婦曲엔 온 나라가 울지만
총명하던 당신 눈망울에도
옥경이처럼 빛이 점점 꺼져 가는데
시인이라 미안해요
외쳐도 외쳐도 귀를 여는 사람 없구료
혼자 쓸쓸히 사그라드는 당신을 보며
시인의 아픔은 나눠도 반이 아니라
쪼갤수록 더욱 커지는 멍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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