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夏日 점묘點描

시/제7시집 2024. 8. 2. 07:53

하일夏日 점묘點描

 

 

매미소리 한 줄금

골목을 쓸고 간 후

배롱나무 가지에 타오르는

늦더위 송이송이

아이들 웃음소리 사라진

마을회관 공터에는

고추잠자리만 하루 종일 맴돌다 간다

소 울음 닭소리도 잦아든 지 오래

노인 하나 산으로 가면 한 집씩

사립문 닫히는 마을

봉숭아꽃 몇 번을 피었다 져도

금줄 걸린 집 하나 찾을 수 없고

접동새 흐느낌만

어둠처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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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투사의 저녁 술자리

시/제7시집 2024. 7. 11. 04:43

늙은 투사의 저녁 술자리

 

 

친구들 더러는 여의도에 가고

모두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신문마다 이름들 반짝반짝 빛나는 저녁

 혼자 앉아 김치 안주로

소주 몇 잔 꺾고 돌아앉는 어둠에

푸념처럼 슬그머니 떠오르는

벼린 초승달

무엇을 이루려고 젊은 날을 불살랐는지

권력놀음에 취해

서로에게 총질하는 서글픈 창문 너머로

삭막해진 산하를

그래도 촉촉하게 붙잡아주는 개구리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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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

시조/제3시조집 2024. 7. 7. 09:33

가을하늘

 

 

코스모스 피었는데

세상은 어둡구나

 

잠자리 도망치듯

끝없이 올라간다

 

인세人世에 도가 없으니

하늘이라도 맑아야지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