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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랑이 반이다
꽃이 없는 봄은 봄이 아니다
봄이라는 이름엔 꽃이 반이다
산수유 꽃이 피고 진달래가 피고
벚꽃이 만개해야만 우리는
기나긴 겨울을 털어냈다 할 수 있다
사랑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삶이라는 이름의 절반은 사랑이다
그리움과 아픔도 사랑에서 온다
어느 날 파뿌리처럼 하얘진 머리카락
거울에 비춰 보며
흘러간 시간의 유역 한 지점을 그리워하거나
기쁠수록 가슴이 울컥해지는 것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네가 일찍 시들어서 이젠 웃을 일이 없다
우리의 인생길엔 사랑이 반이다
글
홍시를 보며
저렇게 익을 대로 익었으면서도
떨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게다
늦가을 천둥이 울다가 가고
눈보라가 서너 번
흔들고 가도
그믐달처럼 한사코
지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게다
저렇게 삭을 대로 삭았으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게다
산다는 게 때로는 시들해지고
아픔이 술래인 듯
잡으러 와도
고목처럼 봄이면
싹을 틔우는 이유가 있을 게다
글
남자
남자는 교목喬木처럼
반듯하게 살아야 한다
높이 올라
세상을 넓게 보고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라면
굽히지 않고 뚝심 있게 나아가야 한다
끊임없는 정진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을 크게 세우고
백 사람이 백 말을 해도
뒤를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역사의 입이 두려워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끝까지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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