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반이다

시/제7시집 2023. 8. 17. 08:51

사랑이 반이다

 

 

꽃이 없는 봄은 봄이 아니다

봄이라는 이름엔 꽃이 반이다

산수유 꽃이 피고 진달래가 피고

벚꽃이 만개해야만 우리는

기나긴 겨울을 털어냈다 할 수 있다

사랑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삶이라는 이름의 절반은 사랑이다

그리움과 아픔도 사랑에서 온다

어느 날 파뿌리처럼 하얘진 머리카락

거울에 비춰 보며

흘러간 시간의 유역 한 지점을 그리워하거나

기쁠수록 가슴이 울컥해지는 것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네가 일찍 시들어서 이젠 웃을 일이 없다

우리의 인생길엔 사랑이 반이다

posted by 청라

홍시를 보며

 

 

저렇게 익을 대로 익었으면서도

떨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게다

늦가을 천둥이 울다가 가고

눈보라가 서너 번

흔들고 가도

그믐달처럼 한사코

지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게다

 

저렇게 삭을 대로 삭았으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게다

산다는 게 때로는 시들해지고

아픔이 술래인 듯

잡으러 와도

고목처럼 봄이면

싹을 틔우는 이유가 있을 게다

 

 

 

 

 

 

posted by 청라

남자

남자

 

 

남자는 교목喬木처럼

반듯하게 살아야 한다

 

높이 올라

세상을 넓게 보고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라면

굽히지 않고 뚝심 있게 나아가야 한다

 

끊임없는 정진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을 크게 세우고

 

백 사람이 백 말을 해도

뒤를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

 

역사의 입이 두려워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끝까지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