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배롱꽃 피는 저녁
당신의 더듬이가 내 마음을 쓰다듬다 가도
사랑보다 연민이
배롱꽃으로 피어나는 저녁
냉미역국처럼 새콤달콤한 탈출구를 찾으려고
바다 곁에 사는 선배에게 전화를 걸다가
부음만 확인했다
올여름 더위는 물엿처럼 끈적끈적하다
떼창으로 악쓰는 매미소리 한 줄금
헛바퀴만 굴리다 가고
날마다 창의적으로 개발하는
당신의 말썽에 파김치가 되어
일찍 뜨는 별 하나도 귀찮은 저녁
날 위로한다고 조롱조롱 피어나는
배롱꽃 빨간 꽃잎에
낮 더위만 타고 있다
글
치매 걸린 아내에게
자다가 문득 보니 주름살엔 새벽 달빛
아내여, 함께 온 길 망각으로 지웠구나
덧없다 덧없다 해도 무심히 가는 세월
글
인생
자다가 문득 일어나서
당신의 얼굴 바라보니
새벽 달빛 더 환하게
주름살마다 새겨진 우리 세월을
쓰다듬어 주네
다 늦게 사랑을 알 만하니
번뇌 한 아름 따라오고
아픔과 동무로 살다 보니
인생을 알게 되네
인생은
꽃길만 가는 게 없더라
비틀비틀 가더라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