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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불타는 시월
친구는 혼자 화를 내다
절교를 선언하고 돌아가고
나는 접시에 고기처럼 쌓인 폭언을
안주삼아
눈물로 소주를 마신다
창밖엔 우리 나이만큼의 가을이 익고 있다
불판의 열기처럼 분노로 달궈졌던 친구
다 늙은 나이에 무슨 미련이 남아서
시국 얘기 한 마디에 산산조각 낸
오십년 우정
한 쪽으로만 배가 기운다는 건
침몰하고 있다는 일이다
몇 잔 마신 취기에 어지럽게 뒤섞여
노을인양 출렁거리는
불타는 시월
글
5월 산행
산은 한사코
나를 반겨 손을 흔들고
안개는 품을 벌려
감싸 안으려 한다
찔레꽃 향기가 불러서 왔는데
세상의 근심 말끔히 살라주는
초록빛 불길
느닷없는 뻐꾸기 소리에
딸꾹질하는 산
풀썩이는 송홧가루
글
밝은 빛이 되고 싶다
도화지 보면 행복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어
도화지는 하얗게 비어있어서
마음대로 꿈을
설계할 수 있다
때로는 나도
여백이 많은 도화지가 되고 싶다
누군가 괴로울 때
그 아픔을 감싸주는 포근한 공간이
되고 싶다
비탈진 세상 걸어갈 때
의지할 수 있는 지팡이처럼
아주 막막할 것 같은
당신의 삶에
밝은 빛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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