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시/제7시집 2023. 12. 12. 17:05

낮달

 

 

새 신을 사시고도

어머닌 오래도록 헌 신을 기워 신으셨다

 

찢어진 데가 또 찢어져 발가락이 나와도

시렁 위에 모셔둔 신발은 절대 꺼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저 건너로 가시고 난 후

 

너희들이나 신으라고 어머니 벗어놓고 간

하얀 고무신 한 짝

 

어머니

저승의 주막집까지 

맨발로 절뚝이며 가셨는가요

 

오늘도 끼니 거르신

창백한 얼굴이 가을 하늘에 슬프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