돝섬

돝섬

 

 

황금 돼지 끌어앉고

복을 빌지 말자.

 

돝섬은

복을 받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가진 것 버리고 버려

마침내 피부 속에 낀 녹까지 다 닦아내고

 

남쪽 산기슭

대양으로 가는 길목에

허허한 바위가 되기 위해 오는 곳이다.

 

머리 위에 갈매기

리본처럼 얹은 채로

 

섬에 뿌리 내리고

자연으로 숨쉬다가 가는 곳이다.

 

 

2014, 9. 28

"대전문학' 66호(2014년 겨울)호

posted by 청라

잠 못 드는 새벽

잠 못 드는 새벽

 

 

사십 년 삶의 그림자에

손 흔들고 돌아설 때에

모든 것 다 놓고 온 줄 알았네.

 

새벽에

문득 잠 깨어

열린 창으로 비치는 달을 보니

 

웃음 해맑은 아이들

얼굴 따라와 있네.

바람소리인가, 아이들 목소리도 들리네.

 

다시 잠을 청해도

까르르 까르르

어두운 방 안 가득 피어나는 꽃들

 

손바닥 맞은 놈들

손 다 나았을까,

무슨 욕심으로 마지막까지 그리 때렸을꼬!

 

잠 못 드는 새벽에

다시 헤아려보니

다 버리고 온 줄 알았는데

실은 하나도 버리지 못했구나.

 

 

201495

'대전문학' 66호(2014년 겨울호)

posted by 청라

폐지 노인 - 시장 풍경4

시조 2014. 8. 16. 09:32

폐지 노인

                - 시장 풍경4

 

굽은 허리 웅크린 채

쩔쩔매는 저 할머니,

 

수퍼 집 박스 하나

몰래 훔쳐 실었다고

 

손수레 엎어진 채로

노인 하나 혼나고 있다.

 

 

아들은 누워있고

며느리는 도망가고

 

어린 손자 연필 값에

손이 절로 움직여서

 

백 원 쯤 박스 하나로

만 원어치는 혼나고 있다.

 

 

2014816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