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서리

시조 2013. 12. 15. 10:14

닭서리

 

친구 부모 원행 간 집 동네 조무래기 모두 모여,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정해 닭서리를 하였는데, 암탉, 수탉 서너 마리

가마솥에 푹푹 삶아 미친 듯이 뜯다 보니 백골만 다 남았네.

 

아침에 닭장에 가신 어머니 비명소리에 혼백이 다 날아가 소화된 닭이

넘어올 듯…….

 

201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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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同行)

시조 2013. 12. 11. 10:57

동행(同行)

 

누군가 새벽 산길

혼자 넘은

외발자국

 

그의 삶에 기대면서

그의 마음 밟고 간다.

 

외로운

눈길에 깔아놓은

털옷처럼 따스한 정.

 

 

닫은 문 귀를 열면

앞서 간 이

내미는 손

 

어디선가 밀어주는

함성 소리 밟고 간다.

 

고갯길 막막하여도

인생은 동행이다.

 

201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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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날

시/제3시집-춤바위 2013. 11. 11. 08:51

어느 가을 날

 

회초리를 놓고서

국화꽃을 들고 간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하늘빛을 닮은 가을날에

 

교실 구석엔

아직도 오지 못한 한 아이의 자리

어둠에 묻혀 있고

 

일찍 들어선 겨울이

군데군데 눈처럼 쌓여

그림자를 만드는데

 

땡감 맛 논설문을 배울

교과서는 덮어놓자.

꽃물 번져가는 교정의 나무들 꿈꾸는  

무지개 빛깔 시 한 수 읊어보자.

 

국화 향 은은한

시로 닦아낼 수 있는 그늘이

아주 작더라도

 

한 발짝 먼저 나가지 않으면

어떠리.

아이들 마음이 풍선으로 떠올라서

하늘에 닿을 수 있으면 그만이지…….

 

 

 

2013. 11. 10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