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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가을 산
시든 몸 빛바랜 얼굴
저리 고울 리가 없다
한여름 모진 신열
용암처럼 들끓다가
갈바람
서리로 식혀
아우성을 놓는 자태
글
소리의 틀
다듬이 소리
봄날 배꽃 피어나는 달밤 산골 물소리처럼
마을 골목을 쓸고 가던 그 소리엔
누나가 수틀에 그리던 꿈이 살고 있다
빨래방망이 소리는 어머니 한숨
밤낮으로 일을 해도 자식들
대처로 학교 못 보내는
평생 푸념 같은 아픔이 배어있다
베 짜는 소리 속엔 할머니
삶의 여유가 들어있다
눈물도 웃음도 날줄로 쌓여
오래 묵은 대추나무 같은 세월이 거기 있다
사랑방에는
아버지 기침소리가 살고 있어야
제 맛이다
고달픈 삶을 기워 짜놓은 자리만큼
질기지만 위태롭던
아버지의 등
소리에도 틀이 있다
세월의 강물에 다 쓸려가 아득하지만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가두어놓은
그리운 것들은 다 소리 속에 있다
글
묻히는 노래
철모르는 철쭉꽃이
눈보라를 맞고 있다
새빨간 절규가 눈에 묻힌다
덧없이 피었다 지는
내 노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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