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묻은 이름

 

가슴에 묻은 이름

올해도 사월 초파일

남가섭암에 올라 영가 등 하나 밝혔습니다.

멀리 산자락 휘돌아 녹음 덮고 누운

당신의 집을 바라보면서

가슴에 깊이 묻었던 당신의 이름을 꺼내보았습니다.


저기 꼬불꼬불한 산길에는

옥양목 치마저고리 백목련 같던

당신의 그림자 보일 듯합니다.

자식들 복을 비시기 위해

겨울 칼바람 눈 덮인 길도

막을 수 없었던 당신의 발걸음.


한국 전쟁 틈에 일곱 살 귀여운 자식

돌무덤으로 보내고,

내가 우등상을 타 올 때마다

얼굴은 환하게 웃으셨지만

마음은 늘 젖어있던 어머니.


부엉이 울음소리에 놀라 깬 새벽

달빛 새어드는 문틈으로 보던

정안수 한 그릇,

다곳이 모아진 두 손가에

폭죽처럼 쏟아지던 하늘

그 하늘의 별빛.


자식들 위해 온 생애 바치시고

맨몸으로 떠나신 어머님께 드릴 수 있는 것은

허공에 띄워주는 작은 영가 등 하나

바람 불고 추운 저승길 한모퉁이 밝혀달라는

이승에서 보내는 내 작은 기도.


한낮의 햇살 속에서도 꺼지지 않으려고

날개 파닥이는 등불을 보며

어머니의 생애를 접어

가슴에 묻습니다.

어머니의 이름을 묻습니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