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고리

오늘 저 잠자리가 죽으면

내일은 또 무엇이 죽을까

각혈로 떨어진 봉숭아꽃 잎새 위로

잠자리 날개 하나

등 돌리고 있다.

파문 일던 하늘 한 자리 비어 있다.

동편 산자락에서 뽑혀버린 무지개처럼

허리 부러진 초록빛 고리,

내일 참새 그림자 사라지고

모레 독수리 그림자 사라지고

비어 가는 세상

사람들만 남는 세상…….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