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날 아침

 

비온 날 아침

말갛게 정화된 아침 햇살에

흉몽을 헹구며

신문을 본다. 활자마다 가득

어둠이 고여 있다.

간 밤 가랑비로 닦아 낸 하늘 아래

은행잎 하늘하늘 내리고

내리는 은행잎엔 가을이 더 노랗게 익어 가는데

비는

사람의 마음까진 빨아낼 순 없는 것일까

저기 밤 그림자가 남아있는 고층 빌딩이며 후미진 골목마다

어느 죄악의 독버섯이 자라고 있기에

신문을 보면 나는 이리 떨리는 것일까.

비야, 늦 피는 국화 봉오리에 새 숨결 불어넣는

비야,

나를 닦아 내다오.

이 세상을 닦아 내다오.

푸석거린 잠에서 깨어나 제일 먼저 찾는

신문의 칸칸마다 네 맑은 영혼으로 정화시켜다오.

매일 아침 되씹는 절망을 접으며

오늘도 나는 웃는 연습을 한다.

posted by 청라